애들 싸움이 어른싸움으로… 학부모 요구시 ‘무조건 심의’ 구조 바꿔야 갈등 중재 전문센터 도입·보호자간 의무 논의 ‘덴마크 36시간 법칙’ 대안
작은 다툼까지 상정… 학폭심의위 앞서 대화가 우선
대화로 풀 수 있는 사소한 다툼까지도 학교폭력심의대책위원회(이하 학폭심의위) 심의 안건으로 접수되면서 이를 분리해야 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교육현장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7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학교장은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에 따라 피해학생 및 그 보호자가 학폭심의위 개최를 원하지 않을 경우 관계 회복 프로그램 운영 등 자체해결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인권에 대한 가치가 나날이 높아지고, 학부모들이 받아들이는 학교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달라지면서 작은 다툼까지도 학폭심의위 안건으로 오르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 1~3학년 저학년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 학폭심의위 업무를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도내 A 교육지원청의 한 장학사는 “초등 저학년 학생들의 경우 학교 분위기를 익히고 적응하기도 벅찬데, 그 사이 일어나는 일로 심의 과정까지 거치는 게 맞는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B 교육지원청의 한 장학사도 “학부모들이 사소한 오해, 장난, 갈등 등 교육적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신고하는 게 문제”라며 “학부모들도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학폭심의위 담당 장학사들은 아이들이 다툼을 벌이다 금방 풀어져 잘 지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부모 간의 갈등으로 인해 사안이 심각해지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현행법상 학부모가 심의를 요구하면 자체해결 요건에 해당되더라도 심의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전문 센터의 제도적 도입과 빠른 시간 내 보호자들이 만나 의무적으로 논의하는 ‘덴마크의 36시간 법칙’ 적용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체로 피해 및 가해 학생이 명확하지 않은 초등학교 저학년 사례 또는 쌍방 사례의 경우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전문 센터에서 맡아 학폭심의위의 업무를 덜자는 것이다. 또 학폭 사례가 발견되면 36시간 내에 교사와 피해자 및 가해자 학생의 부모가 만나 대화를 나누는 36시간 법칙을 시행한 덴마크 프리스홈 학교 사례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최우성 수원교육지원청 학생지원센터 장학사는 “‘덴마크의 36시간 법칙’처럼 빠른 시간 내에 보호자들이 만나서 논의하는 게 의무적으로 필요하다”면서 “가해 및 피해 학생이 명확하면 억지로 성사될 수 없지만, 초등학교 저학년들의 사안처럼 조정의 가능성이 있는 사안은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정민훈·노소연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