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전 필자의 공증사무소에 모 주민센터로부터 유언공증에 관한 문의전화가 왔다. 내용인즉, 어떤 독거노인께서 자신의 사후에 남은 모든 재산을 나라에 바치고 싶다면서 주민센터를 찾아오셨는데, 어떻게 도와드려야 할 지 방법을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주민센터를 통해 그 어르신을 만나 보니 어르신께서는 처자식은 없고, 조카가 있기는 하지만 왕래하지 않고 지내는 중이라서 조카에게는 자신의 재산을 남기고 싶지 않기 때문에 남은 모든 재산을 나라에 바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유산전부를 나라에 바치겠다는 생각은 아무나 하기 어려운데, 특별히 그렇게 결정하신 이유가 있으신지 여쭤봤더니, 어르신께서는 나라에서 노인요양급여나 경로우대 등으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고, 주민센터 사회복지공무원들이 정기적으로 연락을 해주거나 명절 등에 시시때때로 선물을 갖다 주는데 이는 조카들보다도 훨씬 더 낫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 말씀을 들으니 어르신의 흔치 않은 생각에 감동이 되었고, 어르신의 의중을 받들어 해당 지방자치단체를 수증자로 하여 유언공증을 해 드리면서 흐믓한 적이 있었다. 그것을 계기로 필자는 그와 같이 유산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유언장작성 운동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펼치면 어떨까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통계에 따르면, 유언장을 작성하는 비율이 대한민국은 0.5%에 불과한 반면 미국은 56%에 이른다고 한다. 그 이유는 우리 사회에서는 유산이란 당연히 그 전부를 자녀에게만 물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유언장을 쓸 필요성이 적은 반면, 미국은 유산을 자녀에게 남겨주는 것보다는 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을 위해 쓰는 것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유언장을 작성하는 비율이 더 높다는 것이다.
자식들한테만 유산을 전부 주는 것은 부의 대물림이 되어 공동체통합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너무 많은 유산을 받은 것 때문에 자녀 인생을 망치거나 혹은 상속재산을 분배를 두고 가족간의 불화를 겪는 등 개인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제 우리 사회도 유산은 지역사회공동체를 위해 의미있는 일을 위해 남겨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도록 사회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현재까지는 종교단체, 교육기관 위주로 편중된 기부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지역사회나 시민사회단체에 기부하도록 하여 그 유산이 지역사회의 공익적인 활동에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
때마침 7월 1일 민선 9기 임기가 시작되었는데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기부나 유증이 지역사회나 시민사회단체에 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각종 유인책을 모색하고 제도적 장치를 정비해 나갔으면 한다.
배영철 인천지방변호사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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