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원자력 발전 기술 수출을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체코, 폴란드를 찾아 한국의 원전 기술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미국의 원전 기업들과 전략적 협력을 구축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끝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공군 1호기에서 간담회를 갖고 나토 정상회의 경제 성과를 묻는 말에 원전과 방위산업 세일즈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친원전과 탈원전에 대한 논의는 유럽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올해 초 유럽연합(EU)은 원전과 천연가스에 대한 투자를 친환경 녹색분류체계(Taxonomy·택소노미)로 분류하는 안을 발의했다. 특히 각국이 갑론을박 끝에 원전을 재생에너지로 포함시키면서 원전이 친환경에너지라는 인식과 함께 원전 산업 발전에 대한 기대감도 한껏 높아졌다.
하지만 지난달 14일 EU의회 환경·경제위원회는 그린 택소노미 안을 표결에 부쳐 76대 62로 원전과 LNG 발전을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원전은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이 아니며 향후 기후 위기 대응 전략으로 맞지 않다는 이유다. 다가오는 6일 본회의를 남겨 두고 있지만 사실상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우리나라 원전 수출 전략에도 많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원전이 재생에너지가 아닌데다 세계적으로 원전을 짓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원전 시장, 수요 자체가 점점 줄어들게 되고 한국의 원전 시공 능력은 별 의미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재생에너지 공급 부족으로 수출 경쟁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애플, 구글 등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을 요구하고 있고 이를 기업 간 거래에서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는 가운데 재생에너지 부족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 경쟁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비율은 5.8%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독일(43.6%)과 영국(43.1%) 등 주요 유럽 선진국은 40%를 넘어섰고, 미국(19.7%)과 일본(19%)도 20%에 근접하고 있다. 심각한 수준으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윤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과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비판이 아니다.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친원전도 아니다. 원전 확대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일 수 있는 에너지전환 정책이 우선이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청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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