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16. 용인 ‘삼성화재교통박물관’

1998년 문연 국내 최초 자동차 전문 박물관...뷰티존·프리미엄존 등 12개 주제 전시관 눈길
‘코리안존’ 들어서면 국산 자동차 역사 한눈에...멋과 품격 간직한 ‘지구촌 올드카’ 탄성 절로
애니카교통나라, 아이들 눈높이 생생 안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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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차량이 전시된 1층 메인 전시장. 국내외 차량의 변천사를 만날 수 있다. 윤원규기자

세계적 명차 한자리… 온 가족 다함께 차차차!

1482년,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둥근 바퀴에 태엽의 원리를 결합한 태엽자동차에 대한 상상도를 그린다. 다빈치가 스케치한 상상도를 실물로 재현한 태엽자동차와 1886년에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가솔린 자동차 ‘벤처 특허차’는 신기하게도 서로 닮았다. 독일 메르세데스 벤처 설립자인 칼 벤츠가 삼륜마차에 가솔린 엔진을 장착해 특허받은 세계 최초의 자동차 벤처 특허차는 0.9마력에 시속 16km에 불과했으나 자동차의 시조라는 명예를 얻었다. 최초의 자동차 벤처를 탄생시킨 독일은 2022년 현재에도 세계 최고의 명차를 생산하는 나라로 손꼽힌다. 벤처 특허차와 포르쉐, 롤스로이스, 캐딜락 같은 명차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곳은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에버랜드에 위치한 삼성화재교통박물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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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처인구에 위치한 삼성화재교통박물관은 1998년 개장 후 다양한 교통수단을 연구하고 자동차 복원 및 보존에 힘쓰고 있다. 박물관 전경. 윤원규기자

■ 자동차의 역사와 문화를 한자리에서 만나다

1998년 5월 설립돼 올해 개관 24주년을 맞이한 삼성화재교통박물관은 국내 최초의 자동차 전문 박물관이다. 2만여평의 드넓은 공간에 전시장과 실내교육장인 애니카 교통나라, 애니카 공원이 조성돼 있다. 박물관 야외전시장에는 재규어, 비틀 같은 국내외 자동차가 전시되어 있다. 세계적인 아티스트 백남준의 설치 작품 ‘21세기를 위한 32대의 자동차’는 20세기의 하드웨어 문화가 21세기에는 소프트웨어에 자리를 물려줄 것으로 예견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전시장은 1층과 2층으로 구분돼 뷰티존, 프리미엄존, 코리안존, 스포츠존 등 총 12개의 주제로 나누어져 있다. 로비를 미로처럼 재미있게 분할한 전시장에서 136년이 된 자동차의 몸체에 들어가는 부속품과 자동차 역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도표를 살펴본다. 늘씬한 자태를 뽐내는 고급 자동차들이 관람객의 눈길을 유혹하고 있다. ‘뷰티존’은 이름처럼 자동차를 아름다운 예술작품으로 해석하고 이해하기 위한 전시 공간이다. ‘포커스존’은 자동차 역사에 빛나는 가치가 있는 모델을 집중 조명해 감상하는 전시 공간이다. 영화 ‘백 투더 퓨쳐’에서 시간여행을 했던 자동차 ‘들로리안 DMC-12’와 ‘허비’에서 따뜻한 마음을 가진 자동차 ‘폭스바겐 비틀’과의 만남은 뜻밖의 즐거움을 안겨준다. ‘광고존’은 한국자동차의 역사를 쉽게 알 수 있도록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공간으로 추억의 자동차 광고영상과 카탈로그를 전시하고 있다. 2층엔 1910~20년대 자동차 장인들이 수공으로 제작한 명차들이 전시되어 있는 ‘클레식존’이 있다. 자동차의 아름다움과 문화적 가치를 흠뻑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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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한국인의 손으로 만든 최초의 자동차 ‘시발’

■ 시발과 포니, 한국 자동차의 출발과 성장의 이름

‘코리안존’에서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 한국인의 손으로 만든 최초의 자동차 ‘시발’과 마주한다. 미군 지프차를 기초로 만들어진 시발(始發)은 ‘처음으로 출발한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시발은 광복 10주년 기념으로 개최된 산업박람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해 당시 부유층에게 인기를 끌었다. 1960~70년대 조립생산의 단계를 거쳐 1975년에 출시된 한국 최초의 고유모델 ‘현대 포니’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조랑말이란 뜻을 가진 소형자동차 포니의 성공으로 한국 자동차 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현대 포니는 국산 자동차 최초로 해외에 수출하여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한다.

‘복원존’은 삼성화재교통박물관의 철학과 자부심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소장품인 클래식카를 보존하고 복원하는 과정과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자동차인 국제 시발 자동차는 아쉽게도 현재 한 대도 남아 있지 않아 1955년 산업박람회에 출품할 당시 생산에 참여했던 기술자와 가족들의 고증을 통해 박물관에서 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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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클래식차량이 전시된 2층 전시장. 윤원규기자

■ 자동차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

자동차가 처음 등장한 당시 자동차는 극소수의 상류층만이 향유할 수 있는 소유물로 부와 지위를 나타냈다. 이런 까닭에 ‘프리미엄존’에 전시된 ‘롤스로이스 팬텀vi’와 ‘ 캐딜릭v12’는 예술품처럼 느껴진다. 1910년식 롤스로이스의 대표 모델인 ‘롤스로이스 실버고스트’는 단아하면서 화려한 차체에 직렬 6기통이 장착됐으나 주행 중에 시계 소리만 들린다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유령처럼 조용하게 움직여 부유층에 큰 사랑을 받았다. ‘퍼블릭존’에서 만나는 미국의 ‘포드 모델 T’와 딱정벌레를 닮은 유럽의 ‘폭스바겐 비틀’은 자동차의 대중화를 이끈 전설적인 제품들이다. ‘포르쉐 911 터보 카브리올레’, ‘BMW 3.0CSL’ 같은 유명 스포츠카가 전달하는 느낌은 강렬하다. 운전자의 개성과 욕망을 스타일과 빠른 성능으로 표현하는 스포츠카는 세계 젊은이들의 영원한 로망이다.

오래된 자동차 중에서도 특히 1920~30년대 장인들에 의해 수공으로 제작된 명차를 ‘클래식카’라고 부른다. ‘클래식존’에서 ‘부가티 타입 38’이나 ‘스터츠 베어켓 스피드스터’ 같은 명작과 마주한다. 1957년에 출시된 ‘캐딜락 엘도라도 브로엄’은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해 소비 경제가 활성화된 1950년대 미국의 문화를 가장 잘 드러내는 대형의 화려한 고급 자동차이다. 전투기의 디자인이 반영되었을 뿐 아니라 번쩍이는 은백색의 크롬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외관이 돋보인다. 반면 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독일에서는 작고 효율적인 자동차가 등장한다. 당시 시장의 요구에 따라 초소형차로 디자인된 ‘BMW 이세타’는 작은 차체를 고려하여 냉장고처럼 문을 앞면에 달았다. 자동차 디자인은 시각적인 아름다움은 물론 시대적 상황이 반영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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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모양의 휠

■ 보존과 복원은 미래를 여는 힘

삼성화재교통박물관은 20세기 문화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자동차를 문화유산으로 인식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보존처리와 원형의 상태로 회복시켜주는 복원작업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복원은 손상되고 훼손된 자동차를 가능한 처음 만들어졌던 당시의 상태와 기능, 디자인으로 복구하여 생명을 연장시켜주는 작업을 말한다. 자동차 보존과 복원의 원칙은 무엇일까. ‘영구보존의 원칙’은 잠재적 위험환경으로부터 보호하고 최대한 수명을 연장시켜 최상의 상태로 보존하는 것이다. ‘원형존중의 원칙’은 처음 제작되었던 당시의 원물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최고 수준의 원형성을 구현하는 것이다. ‘기능구현의 원칙’은 자동차란 본질적으로 이동수단이기 때문에 주행이 가능한 상태로 여러 가지 기능을 구현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박물관에 소장한 100년이 넘은 클래식카도 여전히 운행이 가능하다.

입장객들을 클래식카에 태우고 삼성애니카공원을 달리는 프로그램은 삼성화재교통박물관만의 특별한 서비스다. 이름만 듣던 클래식카를 직접 타보는 경험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가슴 설레는 일이다. 필자가 방문한 날은 메르세데스 벤츠 E320이 운행하고 있었다. 유럽 자동차 대중화를 이끈 ‘오스틴 7’, 한 때 포뮬러1을 주름잡던 레이싱카 ‘마세라티 250F’를 2분의 1 비율로 축소한 어린이 자동차, 1920년대 뉴욕 거리를 배경으로 전시된 ‘뷰익 24-6-45’ 같은 당시의 자동차에 앉아 기념사진을 찍는 것도 빠트릴 수 없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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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전시장에는 백남준의 <20세기를 위한 32대의 자동차 - 모차르트의 진혼곡을 조용히 연주하다>가 전시되고 있다.

■ 아이와 함께 배우는 안전한 교통문화

교통안전교육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단체교육과 가족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개인교육으로 나눠 진행된다. 어린아이와 동행했다면 애니카교통나라에 반드시 들러야 한다. 어린이들이 당하기 쉬운 10가지 교통사고 유형을 시나리오로 꾸며, 어린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교통안전과 질서의식을 배우는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자. 횡단보도를 안전하게 건너는 5가지 약속도 아이들에게 꼭 일러주고 다짐을 받아야겠다. 횡단보도 오른쪽에 멈춰 선다, 초록불이 켜지면 왼쪽과 오른쪽을 확인한다, 운전자와 눈을 맞추며 손을 든다, 자동차가 멈춘 것을 확인한다, 건너는 동안 자동차를 보면서 건넌다.

삼성화재교통박물관은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박물관을 방문하기 전에 먼저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어떨까. 박물관에 어떤 자동차가 전시되고 있고 현재 진행되는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미리 살펴본다면 훨씬 충실하고 즐거운 관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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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의 기차와 열차가 전시되고 있는 열차존, 미국 개척시대 주피터 전차가 전시되고 있다. 윤원규기자

 

권산(한국병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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