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조부는 역도연맹… 부친은 산악연맹, 국내 최초 3대째 중앙 경기단체장 맡아 ‘클린 하키 캠페인’으로 올바른 문화 정착...태인장학회 지원 늘려 선수들에 희망 선물 선수·지도자와 소통... 협회 발전 위해 노력
“3代 이어온 체육사랑... 하키 부흥 위해 혼신”
3년여 전 등장한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경제, 사회, 문화, 체육 등 여러 분야가 어려움을 겪었다. 모두가 처음 겪어보는 전 세계를 뒤덮은 감염병의 등장에 활발한 일상 활동을 이어가지 못하고 사회 전 분야가 침체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여전히 대한민국 체육계는 국제 무대에서 좋은 성적과 꾸준한 활동으로 국민에게 힘을 보태고 있다. 더불어 최근 수 년 동안 잇따랐던 체육계의 각종 비위와 불미스런 일들을 계기로 올바른 체육계의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자정 노력과 활동들이 이어지고 있다. 어느 때보다 에너지가 필요한 요즘 같은 시기에 젊은 리더 이상현 대한하키협회장(45·㈜태인 대표이사)을 필두로 국내 체육계에선 올바른 체육문화를 조성하고 선수들을 든든하게 서포트 하는 사람들이 늘고있다. 외조부인 고(故) 구태회 전 대한역도연맹 회장(전 LS전선 명예회장)과 부친인 이인정 전 대한산악연맹 회장(㈜태인 회장)에 이어 국내 최초로 3대째 중앙 경기단체장을 맡으면서 체육 꿈나무들에 대한 장학금 수여와 각종 기부 활동을 펼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는 이상현 대한하키협회장을 만나 그의 인생 철학과 대를 이은 체육사랑 실천을 들어봤다.
Q 국내 최초로 3대에 걸쳐 종목단체장을 맡고 있다. 외조부와 부친에 이어 체육단체를 맡게 된 계기는.
A 아버님께서 1987년 ㈜태인이라는 중소기업을 세우셨다. 중소기업은 임원은 물론 구성원 모두 오랫동안 땀을 흘리고 열심히 발로 뛰어야 성장할 수 있다.
체육 역시 땀 흘리고 노력하는 만큼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솔직한 분야다. 이런 점들이 체육과 중소기업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운동을 통해 꿈을 이루려는 이들의 열정과 노력이 이뤄지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은 자연스럽게 여러가지 어려움에 처해있는 하키협회에 대한 소식을 듣고 관심으로 이어졌고, 비인기 종목이지만 1980~90년대에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전해줬던 하키라는 종목이 국민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도록 든든한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맡게 됐다.
Q 최근 대기업들 조차 경기단체 지원을 꺼리고 있는 분위기다. 쉽지 않은 결정으로 생각되는데.
A 어깨가 무겁다. 그동안 경기단체장들을 맡아오신 외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여러 단체장 분들에게 누가 되면 안된다는 생각과 선수들에게 도움이 돼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지난해 처음 회장을 맡을 당시 하키협회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평소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본선을 문제 없이 치러왔지만 당시 상황은 달랐다. 남녀 국가대표가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고 올림픽 본선 진출을 못하는 등 전체적으로 침체됐었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더해지면서 더 어려워졌다. 전반적으로 침체된 하키의 분위기를 살려 우리 선수들이 다시 한 번 일어나 할 수 있다는 것을 국민께 보여주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 지금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Q 태인체육장학회가 32년째 여러 종목 꿈나무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장학회 설립 배경과 활동은.
A 1990년 만들어진 태인체육장학회에선 육상, 역도, 핸드볼, 양궁, 산악, 탁구, 하키 등 7개 종목의 유망 선수들을 4명씩 선발해 매년 장학금을 주고 있다. 그 어느 분야보다 체육계에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 태어나면서 부터 사회로부터 받은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내가 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혼자 이뤄낸 것이 아니다. 그래서 사회에 공헌을 하고 싶었다. 우리 사회에 따뜻하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었다. 특히 체육은 여러 분야에서 기본이 되는 것이다. 체육을 통해 건강한 몸과 정신을 가질 수 있으며, 훈련하고 배우는 과정에서 사회의 역동적인 동력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체육이 대중적으로 힘이 되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보여주는 데 힘을 보태고 싶었다.
Q 회장께서는 체육을 전공하지 않았음에도 대한산악연맹과 대한체육회 등 여러 체육 단체서 활동해왔다. 또한 대학시절부터 기업인으로 바쁜 와중에도 여러 사회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오래전부터 하키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체육회의 발전을 위해 꾸준한 활동을 해왔다. 민화협과 대한체육회에서 남북체육교류위원으로 활동했으며, 대한산악연맹 환경보전위원, 경기도체육회 이사 등 체육계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앞서 말했듯 어린시절부터 내 삶 자체가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이 컸다고 생각한다. 그 덕에 내가 지금까지 열심히 활동할 수 있었다. 그래서 다양한 분야에 걸쳐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활동하고 있다. 그것 만큼 살아가는 의미가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Q 2020년 저술한 ‘대한민국 기부 가이드북’이라는 저서가 눈길을 끈다. 이 책을 집필하게 된 배경은.
A 20년 넘게 기부를 해왔다. 기부를 접하게 된 것은 군대 시절이다. 내 힘으로 처음 번 아주 작은 돈(사병 월급)을 뜻깊게 사용하고 싶었다. 하지만 당시 어떻게 어디에 기부를 해야 하는지 몰랐다. 기부 생활이 즐거워야 하는데 기부와 사회공헌에 대한 정보가 많이 부족했다. 정보가 있다고 한들 지극히 행정적이거나, 정부 당국의 입장만 대변하는 설명이 전부였다. 그래서 작은 힘이나마 기부 문화를 확산시키고 일반 국민들에게 기부에 대한 의미를 나름대로 정확하게 전하고 싶었다. 기부는 하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에게 즐거운 것이다. 기부처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나를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삶의 철학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그만큼 소중한 삶의 도구이며 나와 모두를 위한 가치 있는 투자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책을 쓰게 됐다.
Q 우리 사회에 나눔 문화가 확산되고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도 늘고 있다. 나눔활동을 해오고 있는 기업인으로서 다른 기업인들에게 한말씀 한다면.
A 기부에 대한 생각이 명확하지 않으면 흔들리게 돼있다. 기부 문화는 등대다. 명확하게 가는 길을 정해야 한다. 단순히 떠오르는 기부 트렌드라고 해서 무작정 따라가기만 한다면 지속성이 떨어진다. 기부를 할 땐 우리를 돌아보고 기업의 존재 가치가 무엇인지, 사회 발전을 위해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 1순위다. 단순히 유행하고 시대에 편향된 기부 정책을 따라가선 안된다. 나중에 돌아봤을 때 ‘우리가 무엇을 위해 한 기부’인지 명확하게 짚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기부에 있어 공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태인은 구성원들과 함께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직원들이 소중히 번 돈이 좋은 일에 쓰이는 것을 알리고 자발적으로 기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기업인이자 체육인으로서 앞으로 활동 계획과 목표가 있다면.
A 하키계를 다시 부흥시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기본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선수나 지도자 간 어떠한 폭력도 인정돼선 안된다. 신체적 폭력은 물론 언어적 폭력도 마찬가지다. 선수들끼리 분란을 만들고 싸움을 일으키는 것은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없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문화를 만들기 위해 ‘클린 하키 캠페인’을 시행 중이다. 경기 전 모든 선수들이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지기고 관중들에게 책임감 있는 선수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선서를 한다. 심판들은 경기 전 음주 측정을 한다. 선수나 지도자, 심판 모두 먼저 올바른 모습을 보여야 올바른 체육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
또한, 태인체육장학회의 장학금 범위를 넓히는 것이 목표다. 우리 장학사업엔 종목별 선정위원이 있다. 선수들에게 어떠한 이유로 장학금을 수여받는지 명확한 이유와 자부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장학금 수여의 범위를 넓혀 많은 선수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나 역시 대한하키협회장으로서 지위나 명예를 추구하는 것이 아닌 선수들과 끊임 없이 호흡하고 하키계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다.
선수·지도자들과 더욱 소통하고 헌신하는 자세를 통해 하키협회가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대담=황선학 문화체육부 부국장/정리=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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