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펜션 가꾸기와 꺾꽂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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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우 해반문화사랑회 명예이사장

인천에는 전국 팔도의 사람이 모여 산다. 필자 친구의 손아랫동서는 강원도에서 인천으로 와 직장에 다녔다. 그러다 친구의 처제를 만나 결혼해 부평에서 살다가, 지금은 은퇴해 고향에 돌아가 펜션을 운영한다.

몇 년 운영하다 적적해선지 처제가 언니와 형부까지 불러대는 통에, 친구도 동서 따라 이사 가서 펜션을 운영하며 가까이 살고 있다. 요즘 친구 아내는 산과 들의 야생화나 나무들 꺾꽂이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뒷마당 비닐 온실에는 화분마다 여기저기서 옮겨온 이름 모를 가지들이 재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줄기나 가지를 꺾어 화분 흙에 심기만 하면, 저 영산홍처럼 저마다 뿌리를 내려 꽃이 핀다고 한다. 어떤 가지는 나중에 이파리나 꽃이 나오고서야 무슨 나무인지 알게 된다며 신이 나서 그 이름을 알려준다.

사람의 처지도 비슷하여, 강원도로 간 친구도 평창에 뿌리를 잘 내리고 산다. 이따금 인천 친구가 방문해 옛정을 뿌리고 가면, 잠깐 추억에 힐끔 적적함이 보일 뿐이다.

친구 처제와 동서는 꽤 부지런해서 작년엔 안목항이 보이는 언덕 위에 자매처럼 마주 보는 펜션 두 채를 더 지었다. 몇 년 전 바닷가 근처의 오래된 가옥을 샀었는데, 그걸 방 7개짜리 농어촌 민박 시설 2동으로 예쁘게 탈바꿈시켰다. 언덕 위에서 비추는 등대 불빛을 가리지 않게, 6층까지만 건축허가가 났다 한다. 친구 처제는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꿈같은 건물을 꾸몄으니 한 동을 언니에게 운영하라고 권하지만, 언니는 “너는 아직도 나를 모르느냐?”면서 꿈적도 하지 않는다. 언니는 꺾꽂이에 빠져 있고 동생은 등대 아래 하얀 펜션에 빠져 있다.

언니는 앞뜰의 자갈밭 틈에서 나오는 꽃이 밟힐까 못내 안쓰럽다. 뽑아 꽃밭에 옮겨심으면 오히려 죽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도 귀하다고 손이 많이 가면 제대로 크지 못하고 스스로 핀 꽃이 더 강인하다며 활짝 웃는다. 어딜 가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잠시 멈춰도 주변의 삽목(揷木)할만한 가지들을 찾느라 어느 틈에 사라져, 친구는 아내를 찾느라 정신이 나간다고 엄살이다.

친구 처제는 언니가 펜션 주변에서 골라 놓은 돌무더기로 새 펜션을 단장하겠다며, 오늘도 씩씩한 동서와 새벽부터 트럭을 몰고 평창에 와서 돌을 잔뜩 싣고 다시 안목항으로 갔다.

안목항 앞바다에, 살아있는 듯 일렁이는 파도에 햇살은 부딪혀 반짝이고, 밤 항구로 돌아오는 배에 등대 불빛은 반짝이는데, 오늘도 좋은 날들이 어딘가 나갔다가 다시 들어온다. 무엇이 가려, 이 푸른 바다를 우린 그동안 못 보았을까.

이홍우 해반문화사랑회 명예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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