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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단상]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그 소통과 불통의 문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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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단상]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그 소통과 불통의 문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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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얼마 전, 용산 대통령실은 코로나19 확산 탓에 아침 출근길 ‘도어스테핑’을 잠정 중단했었다. 지지율 폭락을 의식해 비판 요소를 줄이려는 시도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윤석열 대통령은 평소보다 멀리 떨어져 자리 잡은 기자들과 ‘원거리 도어스테핑’을 재개했고 두 가지로 제한된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기자1 : “코로나 재유행하고 있는데 방역은 어떻게 하실 계획이신지?”

대통령 : “아, 내가 어제요, 질병청장하고, 그리고 저...국가감염병대응위원회 위원장님하고 복지부 차관 이런 분들 어제 여기서 회의를 했는데, 내일 아마 총리 주재로 중대본 회의가 열릴 겁니다. 거기서 뭐, 기본적인 방침을 내일 발표할 겁니다”

기자2 : “경제 상황이 어렵습니다. 추경호 부총리 보고도 받으셨을 텐데요, 당부하신 부분이 있다면요?”

대통령 : “예를 들어 중요한 건, 서민들의 그...민생이 경제 위기로 타격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하는 거니까. 오늘 너무 많이 묻는데? 하하하. 그래요 여러분 다 조심하세요. 어? 괜찮으면요. 앞에다가 나중에 (프레스 라인을) 칩시다”.

놀랍게도 아무런 내용이 없다. 대통령은 코로나 대응은 ‘청장과 차관이 회의를 할 것’이라는 ‘추정’을 전달하고, 경제는 ‘서민이 경제 위기로 타격받으면 안 된다’는 당연한 소리를 한다.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국민의 안전과 생계에 대해, 사실상 아무런 계획도 정보도 주지 못하는 상황을 우리는 매일 목격하고 있다.

겨우 석 달 된 정부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다양한 논란이 연쇄적으로 벌어지는 윤석열 정부. 그러나 묘하게도 ‘소통’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보인다. 특히 ‘미국 대통령들처럼’ 즉석에서 도어스테핑으로 소통한다며 자랑하지만 문제는 방식이 아닌 내용이다.

언론과 국민을 대하는 장소와 방식이 아무리 새롭고 남달라 보인다 해도, 내용이 없다면 잠깐 화젯거리로 남을 뿐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많은 권한이 집중되는 대통령의 ‘말’은 가벼워서도, 쉬워서도 안 된다. 대통령은 국민을 둘러싼 모든 현안에 대해 확고한 대응 비전과 함께 명확한 일정도 제시해야 한다. 때로 국민을 안심시키고 어려울 때는 함께 이겨내자고 요청하며 국민을 안전하고 발전되는 길로 이끄는 일, 그것이 고도의 리더십이고 대통령의 임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수석으로 일하며 메시지와 국민 소통에 전력으로 임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을 보좌한 입장에서 지금 용산의 모습들은 참으로 생경하고 불안하다.

정치적 입장의 차이와 지지 여부를 떠나 방역, 안보, 외교, 경제 등 다양한 위기의 시대를 사는 우리 국민은 확신과 안심이 필요하다. 국민 앞에 서는 대통령의 말과 태도가 정돈되고 정확해야 하는 것이 그 때문이다. 아무 내용 없는 문답을 던져 놓고 ‘그래도 우리는 즉석에서 소통한다’고 우기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아무 말이 없는 것 같은 국민도 사실은 모든 것을 보고 있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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