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내년에 신장 이식을 받기만을 기다렸는데…”
이천시 관고동 학산빌딩의 화재 사고의 희생자들이 안치된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은 유족들의 눈물로 가득했다.
사망자 60대 A씨의 유족은 5일 이곳에서 허탈한 표정으로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연신 닦았다. 5년 전 신장을 이식을 받은 A씨는 이날 불이 난 해당 빌딩 내 한 투석병원을 1주일에 3번씩 찾아 치료를 받는 등 강한 회복 의지를 보였다.
특히 내년에는 두 번째 신장 이식을 앞둔 데다 미리 순번까지 받아 놓은 상황이었으나 이날 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유족들은 북받친 감정을 참지 못했다. 더욱이 화재 당시 A씨는 보행보조기구를 착용하느라 사고 장소를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다.
온갖 역경도 이겨냈던 70대 여성 B씨의 유족들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지난 2004년 위암 2기 판정을 받았음에도 가족을 위해 강인하게 버텨내던 B씨는 원래 성남시가 거주지다. 치료를 위해 1주일에 3차례 병원을 찾기 버거워 이곳 근처에 조그마한 방을 구했다. 이른 새벽에 남편의 배웅으로 병원에서 투석을 받고 나서 오전 11시에 남편과 함께 집에 들어가는 게 그의 일상이었다. 하지만 B씨는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됐다.
B씨의 남편은 “전날 반주와 함께 오순도순 식사를 했는데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며 “아내가 치료를 받을 때 옆에 있어야 했다”며 연이어 영정사진을 닦았다. 고인의 아들도 “어제 어머니께 전화가 왔는데 바쁘다고 소리친 게 죄스럽다”라며 울먹였다.
여기에 화재 당시 50대 여성 간호사 C씨는 마지막 순간까지 환자를 보살피다 숨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의 딸은 “오늘 아침만 해도 엄마랑 통화했는데 지금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라며 눈물을 터뜨렸다.
장례식장을 찾은 이성호 이천시 부시장은 “유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 빠른 대책과 지원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오전10시17분께 발생한 이번 사고로 투석병원 환자 및 간호사 등 5명이 숨지고 42명이 다쳤다. 사망자는 간호사 C씨를 제외하면 대부분 투석을 받고 있던 60대~80대 환자들이다. 소방 당국은 투석병원 바로 밑에 층인 지상 3층 스크린골프장에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자세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김정오·이정민·박병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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