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강력한 슈퍼태풍 ‘힌남노’가 우리나라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이 영향을 받는 만큼 큰 피해가 예상된다. 지난달 내린 많은 비로 인한 피해를 채 복구하기 전이라 더욱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미리 준비하더라도 재해를 다 막을 순 없지만, 특히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같이 노력하고 재해 복구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의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살다 보면 내가 어떻게 해도 바꿀 수 없는 일들이 생기곤 한다. 많은 이들이 현재를 살기도 빠듯해 미래의 위험에 대비하기는 더욱 어렵다. 한동안 집값이 폭등하면서 내 집 마련은 더욱 힘들어졌고, 더 늦기 전에 대출을 받아 구입한 이들은 오르는 금리와 내리는 집값에 부담이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내 의지로 바꿀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아픈 것이다. 누구나 나이가 들어가며 여러 질병에 걸린다. 검진을 통해 미리 발견하고 치료받으면 좋겠지만, 여러 이유로 바쁘게 지내다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중증외상은 나이와 상관없이 일어나고, ‘아차’ 하는 순간에 발생하기 때문에 미리 대비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심하게 다치면 안타깝게도 이전의 일을 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평생 장애가 남기도 한다.
슈퍼 태풍은 준비한다 해서 모두 막을 수 없다. 대신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정부에서 여러 지원을 하는 것처럼, 개인의 삶에서 예상치 못하게 발생하는 재난과 같은 상황도 공공의 영역에서 도와주어야 한다. 불의의 사고의 경우 초기에 적절한 치료와 재활을 받으면 이전의 상태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오랜 기간 개인의 고통뿐만 아니라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중증외상은 종전의 119 시스템과 권역외상센터 사업을 통해 초기 치료에 많은 개선이 이뤄지기도 했다. 하지만 급성기 이후에 조기 재활이 중요한 환자들이 많은데, 재활수가가 제한적으로 적용받다보니 전문재활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경미한 교통사고로 입원해서 물리치료나 침을 맞느라 보험재정이 사용되는 동안, 정작 조기 재활이 필요한 중증외상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태풍의 피해가 최소화하도록 대비하고 피해 복구를 위해 정부가 나서는 것처럼, 중증외상 환자의 치료와 재활은 우리 사회의 인적 자원에 대한 책임이고 투자이기 때문에 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길재 가천대 길병원 외상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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