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농작물 피해 속출 올해 8월까지 피해 201건 달해...전문가 “포획·예방 함께 펼쳐야”
#남양주시 수동면에서 농장을 운영 중인 A씨는 자신의 밭을 보고 망연자실했다. 1천여㎡ 밭에 심어 놓은 옥수수와 고구마 등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서다. A씨가 열심히 일궈 놓은 밭은 모두 파헤쳐졌으며 곳곳에는 멧돼지 발자국이 가득했다. 설치해 놓은 울타리는 처참하게 부서져 있었다.
#같은 지역에 거주 중인 B씨도 배추 450포기를 심고 무럭무럭 자라기만을 기다렸지만 다음 날 5포기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 고라니가 먹어 치웠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엉망진창이 된 밭을 원상복구하며 허탈하게 웃는 일뿐이었다.
최근 남양주시 수동면 일원에서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속출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2일 남양주시와 수동면 주민 등에 따르면 수동면 주민들은 매일 야생동물과의 힘겨운 전쟁을 치르고 있다. 밤마다 출몰하는 야생동물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밤잠을 설쳐가며 밭을 둘러보고, 그물망, 울타리 등 시설도 설치하며 농작물 사수에 나서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실제 남양주시에 접수된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지난해 363건에 올해 8월까지 201건으로 집계됐다.
시는 야생동물로부터 피해를 당한 주민들을 위해 농작물 피해 면적을 기준으로 보상금을 지급 중이다. 또 매년 환경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야생동물 피해 예방시설 설치비 60%에 많게는 30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올해 시에 40여건이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가장 효과가 좋은 피해 예방시설인 전기울타리는 농장주들이 꺼리고 있다는 점이다. 인명 피해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해서다.
올해 초 가평에 위치한 농장에서 야생동물 침입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한 전기울타리에 농장주가 감전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지난달 12일 충북 옥천군의 한 밭에서 아버지와 딸이 야생동물 퇴치용 전기울타리에 감전돼 숨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줄이려면 포획과 예방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규태 경북대 수의대 야생동물학 교수는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줄이려면 지자체가 시행 중인 지원 등도 중요하지만 포획과 예방이 동시에 실시돼야 한다”며 “지자체는 야생동물 개체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사전에 농작물 피해를 방지하는 방법을 강구하면서 포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관계자는 “매년 멧돼지 등 야생동물 포획을 시행 중으로 현수막과 방송 등으로 설치 지원, 피해 보상에 대해 홍보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계속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남양주=유창재·이대현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