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부 정책의 화두는 단연 ‘혁신’이다.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는 ‘혁신’이라는 단어가 200회 가까이 나온다. 금융 혁신, 자본시장 혁신 등 경제 분야는 물론 교육·국방·공공기관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친 혁신이 등장했다. 사회서비스도 예외는 아니다. 국정과제 44번인 ‘사회서비스 혁신을 통한 복지·돌봄서비스 고도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2023년 복지부 예산안에서는 사회서비스 혁신펀드 조성, 신규 생활서비스 개발·보급 등 사회서비스 분야에 대한 민간의 참여 확대와 새로운 사회서비스 수요 창출을 위한 예산이 246억원에서 614억으로 대폭 늘어났다. 혁신을 통해 사회서비스의 지속가능성을 높이자는 데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지금까지 왜 이러한 혁신이 이루어지지 못했는지 먼저 되짚어 보았으면 한다.
‘고령 여성이 돌보는 대한민국(매일경제, 2020.10.6.)’이라는 기사가 나올 정도로 우리나라 돌봄노동의 여성화·고령화 현상은 심각하다. OECD가 2019년 발간한 ‘누가 돌보나? 노인돌봄 노동자 모집과 유지’를 보면, OECD의 장기요양 돌봄노동자 평균 연령은 45세가 안 되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58.9세로 조사 대상 25개국 중 가장 높았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개선은커녕 날로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코 중고령 여성이 돌봄노동에 더 적합해서가 아니라, 중고령 여성말고는 이 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사회서비스원(이하 사서원)은 공공기관 직고용을 통해 돌봄노동의 상황을 개선한다면 돌봄노동자의 삶은 물론 서비스의 질도 개선할 수 있으리라는 가정을 토대로 출범했다. 사서원법이 올해 비로소 시행되었고, 대다수의 사서원이 기껏해야 1년 남짓 운영된 상황에서 이러한 가정을 검증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설립 당시부터 전일제·월급제를 시행한 서울사서원의 사례를 보면, 요양보호사가 긴급돌봄 등 국가정책에 의한 돌봄서비스의 최전선을 담당하면서 돌봄서비스의 기획과 모니터링에 참여하는 돌봄전문가로 성장해 가고 있다고 한다. 올 9월부터 전일제로 전환한 인천사서원에서도 그러한 효과가 나타나리라 기대한다.
혁신이 가능하려면 직접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혁신의 방향을 이해하고 그대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생계를 걱정하며 열악한 근로환경에서 고통받는 종사자들에게 혁신을 기대할 수는 없다. 돌봄노동자들이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안정되고 안전한 노동환경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사회서비스 혁신의 전제조건이다.
김지영 인천광역시사회서비스원 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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