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영국에서 집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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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주 영국 유학생·미술사 전공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면서 영국에는 새 학기 시즌이 돌아왔다. 영국의 학교는 9월에 학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이곳의 부동산 시장이 가장 바쁜 시기는 7월에서 9월 정도가 된다. 영국에서 집을 구하는 과정은 한국과 많이 다르다. 런던은 뉴욕과 파리 같은 대도시와 나란히 월세가 제일 비싼 도시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소비자물가도 무섭게 오르면서 우리나라 신문에도 그 소식이 전달될 정도다.

잠재적 세입자가 집에 직접 방문해 보는 것을 ‘뷰잉(viewing)’이라고 한다. 뷰잉을 하면서 집에 이상한 점이나 궁금한 점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한 다음, 마음에 들면 계약을 할 준비를 한다. 하지만 여기서 바로 계약을 하고 이 집에서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계약을 하기 전에 세입자의 신용 검증을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재정적으로 안정적이지 않은 학생 신분의 세입자는 계약이 거부될 확률이 높은데 그 이유는 부동산중개소, 집주인이 이런 신분의 세입자에게 ‘재정보증인’을 요구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보증인이 될 수 있는 자격을 갖추려면 계약 기간 전체의 월세를 합친 비용보다 더 많은 돈이 보증인 명의의 통장에 있어야 한다거나, 국적이 영국인이어야 한다는 자격 조건이 여러 가지 있기 때문에 현지에 연고가 없는 필자 같은 유학생들은 갑자기 보증인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보증인을 데려올 수 없다면 계약을 거절 당하거나 부동산중개소가 세입자에게 6개월 또는 계약 기간(보통 1년) 전체의 월세를 요구해 계약을 체결한다. 살인적인 런던의 월세는 저렴한 원룸 기준으로 평균 800~900파운드(2022년 9월 기준 약 127만원에서 142만원)가 된다. 보증금은 우리나라와 달리 한 달 치 월세 정도며 전세라는 개념은 없다. 가장 중심지인 1존으로 갈수록, 혼자 살 수 있는 원룸을 찾으려고 할수록 월세는 천문학적으로 오른다. 그렇기에 런던의 많은 학생들은 자신의 방 하나가 딸린 한 집에서 여러 명의 룸메이트와 같이 사는 방식을 택한다. 이렇게 살아도 웬만하면 집에 거실 하나 제대로 있는 집은 드물다.

타지에서 홀로 경험하는 어려움과 집 없는 서러움에 많이 적응한 편이지만 매년 성수기에 집을 구하는 것은 런던살이 3년 차인 필자에게도 아주 어려운 일이다. 모든 일에 그래야겠지만 저렴하고 좋은 집을 구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연구하고, 더 부지런하게 찾아봐야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타지에서 자신의 힘으로 살 곳을 찾았을 뿐만 아니라 한 단계 발전해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한민주 영국 유학생·미술사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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