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국민을 바보로 만드는 말장난을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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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우 해반문화사랑회 명예이사장

올해 유난히 작가들의 부음이 잇따랐다. 이어령 장관에 이어 김지하 시인의 부음도 있었고, 이문열 작가의 연구소는 화재로 소실되었다. 한글이 아픈 듯 몇 년간 유독 언어 농단이 많다. 하도 말로 많이 속아서 이젠 말장난의 몇 가지 패턴이 훤히 보인다. 덜 속으려면 너도나도 말장난 수법을 잘 살펴서 스스로 보호해야겠다.

첫째 경계할 것은 흔히 보아왔던 달콤한 말이다. 듣기 좋은 말을 제 것처럼 쓰는 데는 특히 정치인이 탁월해서,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 듯 멀리 있는 말도 스스럼없이 제 호주머니에 넣고 판다. 검찰개혁, 사법개혁, 언론 개혁이니 내용은 상관없이 ‘개혁’이란 겉 포장만 잘하면 그만이다. 점점 말장난 수법이 교묘해지고 일그러져서 차라리 달콤한 말은 이제 아득한 고전이 되었다.

둘째, 민주, 공정이나 정의, 자유와 평등, 평화 등의 좋은 추상어를 제멋대로 쓰고 제 맘대로 해석한다. 상징, 은유, 비유는 궤변으로 오용된다. 사법 농단, 국정 농단, 권언유착 등 고유명사보다 보통명사를 쓰고, 누군지 모르게 신윤핵관, 이핵관, 개딸 등 집합명사를 쓴다. 글자를 농단하여 내용을 왜곡한다. 경계가 불명확하게 일부러 모호한 말을 쓴다.

셋째, 억지로 말을 만들어 아무 말이나 한다.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선거부정을 선거부실로. 성추행을 성비리로, 수행 차량의 기사를 선행 차량의 기사로 바꾼다. 월북호소인, 윤핵관호소인이란 조어까지 나왔다. 언론이 그냥 받아 쓰면 저질 코미디 프로를 대량 유포하는 꼴이 된다.

넷째, 논리와 수치를 써야 할 때도 감정에 호소한다. 임대료 증액을 연 5% 이하로 제한한다고 숫자로 표시하기보다 착한 임대료, 착한 가게란 감성적인 구호를 선호한다.

다섯째, 구체적 사건의 범주를 넓게 일반화시켜 물타기를 한다. 어떤 대표는 자신이 젊어서 20~30대가 자신의 소속 정당을 지지하는 것이라며 모든 젊은이를 멋대로 일반화한다. 20~30대에 민주화 대열에서 최루탄 가스를 마셨다고 60대가 되어서도 평생 유공자행세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화자의 범위를 특정 개인에서 젊은이로, 20~30대를 평생으로 확대해 일반화시키는 셈이다.

여섯째, 여기에 본질을 왜곡하는 갖가지 기법까지 총동원한다. 난처한 질문에는 동문서답하고, 입맛에 맞는 자료만 뽑아 짜깁기로 편집·조작하고, 온갖 핑곗거리로 변명하다가 그래도 통하지 않으면 끝까지 거짓말을 하며 우긴다. 어찌 이뿐이겠는가. 국민이 모두 알아서 조심해야 하니, 오호통재라!

이흥우 해반문화사랑회 명예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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