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가족의 재편, 복지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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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인천광역시사회서비스원 정책연구실장

근 10년 전에 수술을 위해 며칠 입원을 한 적이 있다. 수술 전날 주치의 선생님과 상담하는데 수술동의서를 작성하려면 보호자가 함께 와야 한다고 했다. 부모님과 형제들은 다들 멀리서 살고, 남편은 아이들을 돌봐야 해서 보호자 자격으로 당장 올 만한 가족이 없었다. 지극히 가벼운 수술인 데다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는 데 아무 문제도 없는 상태였기에 선생님을 간신히 설득해 나 혼자 서명을 하는 것으로 일단 해결했지만, ‘가족이 없는 사람이면 무척 난감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지난달 20일, 2020년에서 2050년까지 가구 추이를 예측한 장래가구추계(시도편) 발표됐다. 1인 가구와 부부가구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2020년 39.1%였던 부모와 자녀 또는 한부모와 자녀 가구의 비중은 2050년에는 25.7%까지 내려갈 것이라 한다. 가히 ‘핵가족의 붕괴’라고 일컬을 만하다.

혈연이나 혼인에 의한 가족은 아니지만 실제로는 가족의 역할을 하는 친밀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비친족가구의 증가 또한 눈여겨봐야 할 변화다. 2020년 2%였던 전국의 비친족가구는 2050년에는 3%를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이는 2012년 발표된 장래가구추계의 2035년 예측치인 1%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17개 시도 중 비친족가구 증가율이 가장 높은 인천시의 경우, 비친족가구의 수는 2020년 2만6천가구에서 2050년 5만1천가구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나고 비율은 2.3%에서 2050년 3.8%로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비친족가구처럼 비전통적인 형태의 가족들은 여전히 뿌리 깊은 편견과 많은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가족으로서 권리 행사가 어려움은 물론, ‘아플 때 보호자 되어 주기’ 같은 가족돌봄 책임을 지기조차 쉽지 않을 때가 많다.

각종 저출산 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유자녀 가구 감소 추세는 돌이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인구 통계의 변화는 미래와 관련된 것 가운데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실이다”라는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인구변화는 방향이 일단 정해지면 선회가 거의 불가능하다. 사회적 위험에 대한 공적 대응인 사회복지에서 가족은 사실상 모든 정책의 기본단위이다. 가족은 경제와 생활의 공동체이자, 새로운 사회적 위험으로 떠오른 노쇠나 장애, 질병 등으로 인한 돌봄 수요를 가장 먼저 감당하는 일차집단이기도 하다. 어떤 인연에 의해서든 서로 의지하고 돌볼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것은 다가오는 돌봄위기를 헤쳐 나가는 데 가장 큰 힘이다. 가족의 재편에 발맞춘 복지의 재구성이 시급하다.

김지영 인천광역시사회서비스원 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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