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열린 하구인 한강 하구는 원시 자연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장항습지, 산남습지, 시암리습지 등 대규모 습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생태계가 발달하고 저어새 산란지인 유도 등이 위치하고 있다. 생태적 가치가 높을뿐더러 관광자원으로서도 잘 보전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게다가 남북 접경지역으로 남북 평화협력의 중요성을 상징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시민사회와 지자체가 수년에 걸쳐 지속적이고 다양한 논의는 물론 현장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일례로 인천시가 지난 2019년부터 매년 한강 하구 관련 토론회를 개최해 왔다. 올해는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며 전문가의 제안을 모아 보는 ‘인천 한강 하구 시민공감 토론회’를 열 예정이라고 한다.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경우 최근 ‘인천시 한강 하구의 생태·환경 보전과 관리 방향 제안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지난 6월 이후 한강 하구지역 현장견학과 간담회에 이어서다. 평화의 배 띄우기 행사는 2005년을 시작으로 올해로 18년째를 맞는다. 매해 한강하구평화의 배띄우기조직위원회가 꾸려져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한강 하구를 실마리로 남북 교류협력의 물꼬를 트고 중립수역을 평화의 바다로 만들어 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목적과 방법의 차이는 있으나 모두 한강 하구가 갖는 의미와 가치에 집중한 경우들이다. 그런데 한강 하구 문제와 관련해 인천지역 외에 정작 해양수산부나 환경부, 국방부, 통일부 등 정부 부처와 관련 지자체들의 적극적 협력이나 연대의 모습을 찾기 어렵다. 한강 하구가 인천시, 경기도(김포, 파주, 고양), 서울시 등 다양한 지자체가 연관돼 있어서다. 특히나 북한과 남북 공동이용수역을 공유하고 있어서다. 한강 하구의 지정학적 특수성과 맞물려 관리 주체가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다는 뜻이다.
게다가 한강 하구가 ‘망각의 지대’라는 점에서 상황의 심각성이 더하다. 지난 2020년 경기연구원의 ‘DMZ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한강 하구에 대한 인지율이 39.8%에 불과해 국토 분단이 인식의 분단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러한 현상은 연령대가 낮을수록 강해 인식의 분단이 심화될 가능성이 농후했다. 결국 통합적 관리방안 마련을 통해 수생태 환경·수질 확보, 그리고 지속가능한 보전과 활용체계 수립, 국민인식 증진이 날로 절실해지고 있다.
한강 하구의 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정이 우선 시급하다. 한강 하구의 환경을 보전하고 지속가능한 이용을 도모하려면 그 근거가 되는 법률적 토대와 기반이 규정돼야 한다.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한강 하구 문제를 공론화해 정치권과 행정의 움직임을 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아울러 생태환경에 대한 장기간에 걸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분석이 추진돼야 한다. 공공의 정책화와 예산 수립이 필요한 대목이다.
인천시의 정책 견인력과 정치력, 거기에 지역 시민사회의 공조가 더욱 중요한 이유다.
지영일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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