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국제도시(이하 ‘송도’)는 바다 위로 우뚝 솟은 하나의 ‘경이(驚異)’다. 인류의 과학기술이 집약된 문명의 총아다. 필자는 한 칼럼을 통해 ‘그리 멀지 않은 도시의 미래를 보고 싶다면 송도로 오라고까지 했다. 그저 과장이 아니다. 이 도시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게 생각한다. 송도는 애초에 그렇게 기획됐고 차근차근 그 꿈을 실현해 왔다.
송도는 태생부터 친환경 자족도시를 지향한데다가 2003년 청라, 영종과 함께 대한민국 최초의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날개를 달고 비상했다. 당시 인천시정부는 세 곳의 경제자유구역에 IT, BT 등의 첨단산업을 유치하고 집적화한다는 트라이포트(Tri Port) 전략을 추진했다. 송도는 아예 도시 이름에 ‘국제도시’를 붙이고 글로벌 기업과 외자유치에 발 벗고 나섰다. 일찍이 보지 못한 최첨단 도시를 구현하겠다는 목표 하에 도시계획과 경관 등을 철저하게 관리했다.
유수의 글로벌 호텔이 간판 때문에 시정부와 신경전을 벌여야 했을 정도다. 공공건축물들의 외관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태백산맥을 형상화한 송도 컨벤시아, 빗살무늬 토기를 겹쳐 세워놓은 듯한 트라이 보울 등은 이 도시의 디자인 철학을 상징한다. 민간기업도 적극 동참했다. 인천 앞 바다의 너울과 굳센 나무줄기를 연상케 하는 센트럴 파크Ⅰ, Ⅱ 아파트, 과감하게 고층을 포기하고 수로를 들인 커넬워크 등은 지금 봐도 새롭다. 인천의 초고층 주상복합 시대를 연 퍼스트 월드는 2010년 건축대상을 받기도 했다. 하나같이 실험적이고 작가주의적 디자인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그런 송도가 최근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 한창 개발이 진행 중인 외곽지역 이야기다. 그곳의 아파트들은 대부분 반듯한 사각형 외형에 각 동은 다소 촘촘하게 서있다. 얼핏 여느 신도시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건축비를 아끼고 수익을 극대화 하려는 민간기업의 계산법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까다로운 규제를 피해 높이는 30층 이내로 낮추고 건폐율, 용적률을 최대한 쓰려다 보니 저층부의 오픈 스페이스가 줄어들고 상부의 스카이라인을 살리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거다.
그러니 외관 디자인 따위는 그저 형식이고 낭비라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런 풍경을 볼 때마다 아쉬운 심정을 가눌 수 없다. 개발 초기의 순수하고 열정 가득한 ‘송도정신’이 못내 그리워지기도 한다. 그래도 이 도시의 미래는 여전히 낙관적이다. 여기엔 자부심과 자긍심으로 충만한 「송도사람」들이 살기 때문이다. 그들은 버나드 쇼의 말처럼 ‘원하는 환경이 없다면 스스로 창조해 내는 사람’들이다. 송도가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도시라 일컫는 이유다.
이상구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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