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생활문화 꽃이 피었습니다] ② 양주 777생활문화센터 ‘나를 만드는 시간’

기획·강의·콘텐츠 제작… 나를 발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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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지난달 18일 양주 777생활문화센터에서 시민들이 ‘빽메이커’ 교육을 수강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양주 777생활문화센터에서 진행된 시민 기획자 양성 프로그램 ‘나를 만드는 시간’에 참여한 시민들/ 지난달 20일 양주 777생활문화센터에서 열린 시민 기획자 양성 프로그램 ‘나를 만드는 시간’. 777생활문화센터 제공

경기문화재단의 생활문화사업이 지역 생활문화의 꽃을 피워가고 있다. 지자체와 민간단체 등이 협업해 생활문화의 지속성을 확장하는 기회다.

 

양주시에서도 생활문화를 위한 자그마한 움직임이 피어나고 있다. 진정한 내 모습을 찾아가며 나만의 콘텐츠를 발굴하는 기획 프로그램 ‘나를 만드는 시간’이 지난 9월 말부터 8주간 진행됐다. 사실 ‘내가 기획하는 나만의 콘텐츠’라고 하면 추상적이고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프로그램은 그런 막연한 고민들로 둘러싸인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 주는 기회를 시민들에게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예술 치유 프로그램 개발 공간을 운영해 온 생활문화단체 라이브 랠리(대표 이선유)가 진행했다. 강의형, 기획형을 합쳐 진행된 ‘나를 만드는 시간’은 장흥에 위치한 777생활문화센터를 거점으로 8주간의 양성 과정과 실습 및 성과 공유회로 마무리된다. 나의 경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는 과정에서 참여자는 콘텐츠 소비자에서 생산자이자 기획자로 변신한다. 본격적인 활동에 앞서 시민 참여자들은 함께 시간을 보냈던 시민들에게 강의를 진행하고 구체적인 피드백 과정을 거쳐 강의의 완성도를 더욱 높일 계획이다.

 

라이브랠리 강사진이 진행하는 예술치유 과정은 시민들 각자가 진정한 ‘나’를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왔다. 인생 그래프를 그리는 자기 인식 과정, 나와 화해하는 자기 돌봄 과정 등으로 구성된 교육을 이끈 이선유 라이브랠리 대표는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부터 자신을 스스로 응원하고 지지하는 과정이 되는 바람뿐이었다”면서 “내가 좋아하는 걸 깨닫는 과정에서 변화가 시작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술치료를 통해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파악한 시민들은 빽메이커 과정을 통해 나의 현재 상태 진단, 이미지메이킹, 강연 소재 찾기 등의 구체적인 실행안 실천에 익숙해져 갔다. 교육에 참여한 조혜영 짇따 대표는 “교육을 들은 수강생 전원이 각자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강화해 기획자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는 점이 너무 뿌듯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5일에는 그간 서로 떨어져 양성 과정에 참여했던 시민 기획자들이 한데 모여 시간을 나누는 ‘네트워크 파티’가 양주생활문화센터 777레지던스 2층 강의실에서 진행됐다. 이날 시민 기획자 4명과 강사진 등 7명은 그간의 수업을 통해 펼쳐놓았던 강의 기획안 발표 및 피드백을 진행했고,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눴다.

 

시민 기획자들은 이번 프로그램을 거치면서 나도 몰랐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는 과정이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김덕인씨(21·여)는 평소 양주시평생학습관에 자주 접속한다. 이번 프로그램 역시 그렇게 우연히 발견해 신청하게 됐다. 그는 오롯이 자신의 실제 경험에서 강의 콘텐츠를 발굴해냈다. 덕인씨는 학창시절 대외활동을 늦게 발견해 참가할 수 없던 적이 많았다. 덕인씨는 자신과 같은 일을 겪고 있을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강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이날 다양한 피드백이 오갔던 자리가 큰 도움이 됐다. 그는 “제가 만든 기획안에 대한 의심과 걱정이 많았는데 응원과 격려를 많이 받아 자신감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됐다”며 “이번 프로젝트에 몸담았다는 사실이 앞으로의 인생을 헤쳐나가는 데 있어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육아휴직 중인 강진호씨(36·가명)는 어린이집 원장의 추천에 따라 이번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처음엔 망설였다. 그간 진호씨는 쉼없이 달려왔기 때문에 내 안에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에 함께하는 시민들의 지지와 격려를 통해 그는 자신만의 콘텐츠를 구축한 뒤 유튜버 활동까지 구체적으로 계획하는 등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꿈꾸고 있다. 그는 삶에서 직면하는 좋은 일, 나쁜 일들을 대하는 방법을 설명하면서 내면의 불안 요소를 낮췄던 경험을 진솔하게 풀어 놓는 콘텐츠를 시민들에게 전파하고 싶어 한다. 그는 “이번 경험을 통해 삶을 돌아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며 “막연한 고민들이 구체적인 계획으로 실행되는 과정에 시민들과 선생님들의 도움이 컸다”고 소회를 밝혔다.

 


인터뷰 홍승표 777생활문화센터(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양주 생활문화 저변 확대... 시민들 경험의 장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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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 사업의 목적을 설명한다면.

A 생활문화 활성화를 위해선 인적 자원의 발굴과 양성이 중요하다. 장흥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콘텐츠 기획자를 양성하는 과정이 지속 가능한 문화 자원의 활용도를 높여준다는 점이 중요하다. 시민들이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이 바뀌어가는 모습을 직접 느끼고, 문화콘텐츠를 기획하는 생산자가 될 수 있게 하는 경험의 장을 마련하는 데 집중했다.

 

Q 어떤 계기로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했는지.

양주시의 생활문화 구축이 꼭 필요한 시점이라고 느꼈다. 지역 내 문화재단이 없는 데다 생활문화 단체들과 프로그램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광역문화재단과 함께하는 생활문화 저변 확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고 시민들이 함께 모이는 터전 마련을 위해 씨앗을 뿌리는 마음가짐으로 진행했다. 기준 인원에 미달되더라도 절대 프로그램을 폐강하지 말고 진행하자고 기획 단계부터 뜻을 모으기도 했다.

 

이번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있다면.

A 양주시는 지형에 따라 생활권이 분리되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퍼져 있는 인적 자원과 공간 등 인프라 간의 원활한 연계가 필요하다. 지역에 퍼져 있는 청년 기획자들이나 예술 단체들을 많이 찾아 그들과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생활문화센터의 운영에 있어서 기존의 주요 이용층인 중장년층에서 벗어나 학생, 청년과 직장인 계층으로도 대상을 확대해 남녀노소 피부에 와 닿는 생활문화 플랫폼을 구축하는 작업 역시 필요했다. 그리고 이 같은 형태의 프로그램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지속성을 갖게 하는 방안 마련에도 신경 썼다. 이를테면 양성 과정을 거친 시민 기획자들에게 공식 기관의 생활문화 활동 증명서를 드리는 방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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