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의무휴업 폐지보다 완화... 협력·보완관계 발전해야”

인구 구조 및 소비트렌드 변화 등 시대 흐름이 반영된 유통정책 필요
대기업·전통시장 지속가능 발전 도모할 새 비즈니스 모델 구축하는 것도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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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31개 시·군 상권별 의견 취합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대형마트인 (왼쪽부터)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로고. 경기일보 DB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침체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제 영향 때문’이라고 못 박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대형마트 영업 규제를 한 지 10년이 지난 현재 의무휴업제가 전통시장에 도움이 됐다고 확언하기도 어렵다. 다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격변 속에서 ‘오프라인 시장’이 살아남으려면 노후한 환경을 개선하고 가격경쟁력을 키우는 등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 대형마트 영업규제 10년, 소비자 48.5% “전통시장 활성화에 효과없다”

지난 6월 대한상공회의소가 공개한 ‘대형마트 영업규제 10년,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대형마트 영업 규제가 전통시장·골목상권 활성화에 효과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8.5%가 “효과가 없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대형마트 규제에도 전통시장·골목상권이 살아나지 않아서’(70.1%), ‘의무휴업일에 구매수요가 전통시장·골목상권이 아닌 다른 채널로 이동해서’(53.6%), ‘소비자 이용만 불편해져서’(44.3%) 등이 꼽혔다.

 

이용하던 대형마트가 의무 휴업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의 실제 구매행동으로는 ‘대형마트가 아닌 다른 채널 이용’(49.4%), ‘문 여는 날에 맞춰 대형마트 방문’(33.5%) 등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당일 전통시장에서 장을 본다’는 의견은 16.2%에 그쳐 대형마트 의무휴업에 따른 전통시장으로의 구매수요 이전 효과는 크지 않았다.

 

유통 전문가들도 인구구조 및 소비트렌드 변화 등 시대 흐름이 반영된 유통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조춘한 한국유통학회 사무국장은 “대형마트의 일요일 휴업일이 전통시장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전통시장 매출이 감소할 수 있다”며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바로 없애는 것이 아닌 규제를 단계적으로 풀어가면서 마트와 주변 상권이 서로 보완하고 협력하는 관계로 발전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 전통시장의 새로운 변신 ‘상생스토어’

일각에서는 대기업과 전통시장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마트 노브랜드의 경우 지난 2016년 지역 상권과의 상생 모델로 ‘상생스토어’를 선보였다. 상생스토어의 특징은 전통시장 안에 동네마트와 공간을 나눠 쓴다는 점이다. 특히 전통시장상인회와 사전 협의를 통해 주변 전통시장에서 파는 품목은 제외하고 부족한 품목은 강화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경기지역에선 지난 2017년 여주 한글시장과 안성 맞춤시장, 2021년 가평 잣고을시장 3곳에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운영되고 있다. 소상공인들도 침체된 시장에서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기 위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여주 상생스토어의 경우 상점가로 구성된 시장 특성에 맞게 신선식품을 입점시키고 시장의 주력 품목인 패션·잡화 등 관련 공산품을 제외했다. 또 여주지역 특산물을 판매하는 로컬푸드 매대도 운영하고 있다.

 

한글시장 관계자는 “한글시장 근처 차로 5분 거리에 큰 이마트가 있어 이마트를 찾는 고객들을 유입시키기 위해 시장 안에 노브랜드 입점을 결정했다”며 “간단하게 장을 보러 노브랜드에 들르는 젊은 사람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안성 상생스토어도 신선식품, 국산주류, 담배 판매를 제외하고 편의시설 설치와 시장 환경 개선 사업을 동시에 진행해 상생 환경을 조성했다. 최근 입점한 가평 상생스토어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키즈 라이브러리’가 입점해 시장 주력 품목인 과일을 판매하지 않고 시장과의 공동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김익성 한국유통학회 고문(동덕여대 유러피언스터디즈학과 교수)은 “기업과 소상공인은 경쟁관계가 아닌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공생 관계”라며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보단 완화에 초점을 맞춰 함께 협력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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