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image
최동군 지우학문화연구소 대표

견월망지(見月忘指)라는 말이 있다. 흔히 하는 말로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손가락 끝은 왜 보고 있나’라는 뜻이다. 사람이 수단에 매달리다 보면 정작 목적을 잃어버린다는 뜻이다. 조금 다른 표현으로 ‘겨우 잠든 불면증 환자 깨워 수면제 먹이기’도 있다.

 

그런데 세상을 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놓일 때가 있다. 왜냐하면 보통사람들의 수준이 다 고만고만하기 때문이다. 특히 종교와 같은 강한 신념이 개입하면 더더욱 판단이 흐려질 수 있다. 이럴 때는 한 발짝 떨어져 큰 그림을 보려고 노력하면 도움이 된다.

 

필자가 친목 모임에서 만나 알게 된 분 중에 대학 선배이자 목사직을 겸임하면서 모 신학대학의 교수직에 계셨던 손 모 목사가 있다. 2016년 한 개신교 광신도가 모 사찰에 난입해 불당을 난장판으로 만든 사건이 공중파 뉴스로 전국에 알려진 일이 있었다. 이때 손 목사는 주변의 뜻있는 분들과 함께 기독교계의 사과문을 온라인에 게시하고 불당의 원상복구를 위한 모금운동까지 주도하셨다. 그런데 종교의 평화를 위해 애쓰신 이분에게 돌아온 것은 신학대학으로부터의 해직 처분이었다.

 

일부 기독교계의 자성의 목소리와 움직임을 대승적으로 수용한 불교 측에서 감사와 화해의 강연 자리를 마련했는데 거기서 손 목사는 ‘예수는 육바라밀을 실천한 보살’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런데 신학대학 측은 이 문구를 문제 삼아 손 목사를 그간 이교를 돕는 배교 행위를 해왔으며 신앙적으로도 이단이라고 규정하면서 해직 처분을 한 것이다.

 

그러나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손 목사의 행위는 종교 평화를 위해 애쓴 진정한 기독교인의 모습을 보여준 것으로 판단할 것이며, 타 종교인들에게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예수를 전하려고 노력한 것으로 비칠 것이다. 대한민국 법원의 판단도 상식을 벗어나지 않았다. 고등법원까지 손 목사는 부당하게 해고당했음을 판결문에 적시했다. 그러나 아직도 신학대학 측은 손 목사의 정상적인 복직을 거부하고 있다. 기독교계에서 상식이 통하지 않는 전형적인 사례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석가탄신일에 조계사 앞에 몰려가 예수 믿으라고 소리치고 찬송가를 불러 뉴스에 나온 적도 있고, 최근에는 대구 이슬람 사원 건축현장에 몰려가 이슬람교에서 터부시하는 돼지고기를 굽는 등 타 종교에 대한 배려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일들을 벌이고 있다.

 

대한민국의 개신교계는 왜 이리 됐을까? 이는 개신교계가 달이 아니라 손가락만 찾는 심각한 자기 모순 상황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목사의 우상화’다. 기독교의 최고 권위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성서’에 있다. 그런데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목사의 설교가 ‘말씀’이라고 특별 대우를 받고 있으며 심지어 성서의 대체재로 치부되는 현상까지 보인다. 아울러 목사 및 목사의 설교에 대한 이의 제기는 신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오죽하면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일반 기독교 신도들의 태도도 문제가 있다. 교회를 선택할 때 달이 아니라 손가락을 찾고 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성서의 말씀을 좇아가는 것이 아니라 어느 목사의 설교가 좋다는 평판을 기준으로 교회를 선택하는 것이 보편화됐다. 그래서 같은 기독교인이라도 천주교인들은 누구든 집에서 가까운 성당에 다니지만 개신교인들은 집에서 먼 교회를 일부러 찾아다니는 것이 다반사다.

 

종교가 사회를 걱정하는 것이 정상인데, 언제부턴가 대한민국은 사회가 종교를 걱정하고 있다. 제발 달을 보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