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인 지원 사업 확대하고... 도민 문화복지 매진”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정서가 가득한 문화유산을 꼽으라면 선조들의 얼이 서려 있는 도자를 빼놓을 수 없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우리 도자는 세계 도자기문화에 선구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도자를 더 많은 미래 세대에 알리기 위해 시대에 맞는 기술과 옷을 입히고, 도자문화 구축과 확산에 힘을 쏟는 곳이 있다. 국내 유일의 도자 전문기관인 한국도자재단이다.
지난 2021년 12월 제12대 대표이사로 취임해 임기 반환점을 돈 서흥식 대표이사(62)를 만나 국내 도자문화 활성화 방안과 재단의 올해 사업 방향 등을 들어봤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한류 바람이 불고 있지만 그중 유일하게 함께 주목 받지 못하고 있는 분야가 도자”라며 “한국의 도예품은 예술은 물론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매우 크다. 한국 도자문화 산업이 한류 바람을 타고 세계에서 다시 그 가치를 인정받도록, 세계 도자문화 산업을 선도하는 날이 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Q 취임한 지 1년이 지났다. 코로나19의 여러 제약 속에서도 숨 가쁘게 달려왔다고 들었다.
A 취임 후 곧바로 본부 간, 팀 간, 직급 간 소통 간담회를 열었다. 실질적으로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조성하고자 형식적인 간담회에서 벗어나려 했다. 이후에도 임직원 워크숍을 통해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공감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지속적인 소통을 통한 혁신적인 변화를 위해 힘을 쏟았다. 외부적으로도 도예인, 도민 등과 소통 창구를 다각화하고 다양한 외부 이해 관계자의 의견 수렴 채널을 구축하고자 했다. 재단의 사업 방향이 현장의 합리적이고 필요한 목소리를 반영하고 어우러져야 겉돌지 않는 지원과 사업, 정책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뢰도 제고를 통해 재단 정책 사업에 대한 지지와 공감을 확보해야 사업 추진 시 흔들리지 않는 방향성을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여러 현안 중 지난해 가장 주력 했던 부문은 무엇인가.
A 우선 국내외 환경 변화 대응에 주력해 ‘도자문화 저변 확대’와 ‘도자산업 성장 기반 구축’을 목표로 이러한 사업에 집중했다. 특히 스마트 뮤지엄 기반 조성 사업을 추진해 경기도자미술관 시설 고도화를 진행하고, 가상현실(VR) 스마트 뮤지엄 연계 체험형 안내 카카오 챗봇 및 누리집 개설과 함께 전시해설, 3D 뷰어, VR 전시 등의 기능을 담은 정보통신기술 기반 경기도자박물관 모바일 앱을 선보였다. 도자문화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재단 시설 중심의 체험활동에서 벗어나 ‘찾아가는 도자문화 아카데미’ 사업을 추진했다.
생활 속에서 도자를 체험하고 이를 통해 도자문화 영역 확장을 꾀하고자 문화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아동센터, 복지관, 다문화가족센터 등을 직접 찾아가 맞춤형 교육을 진행했다. 현재까지 121개 기관과 3천여명의 도민이 함께했다.
Q ‘2022 경기도자페어’도 빼놓을 수 없다.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선보이며 많은 관람객을 끌었는데.
A 그렇다. 지난해 단계적 일상회복에 따라 7월28일 오프라인에선 서울 코엑스 C홀, 또 온라인으론 네이버쇼핑 플랫폼에서 페어를 동시에 개막해 유통망을 확대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찾아주셨다. 3일간 열린 행사에 온·오프라인 관람객 49만4천여명이 방문하고, 18억6천여만원의 매출과 34억9천여만원의 바이어 대상 구매상담 실적을 기록했다.
Q 현재 국내외 시장에서 한국 도자의 위치는 어떤가.
A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에선 저가의 중국산과 유럽의 고가 도예품에 밀려 위치가 애매하다. 해외에서도 더 많은 홍보와 진출이 필요하다. 현재 많은 이들이 도예를 즐기는 등 도자문화가 확대된 부분은 있지만 산업에 종사하는 분들 중 상당수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술, 생활자기, 취미 등 여러 분야에서 다시 한 번 도자문화와 산업 부흥을 위해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물론 재단만이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다. 예산과 정책, 인력 지원 등 여러 부분이 함께 협력해 나가야 도예 산업 부흥을 다시 이끌 수있을 것이다. 어렵겠지만 하루하루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도자 산업의 성장 기반 구축을 열심히 해나가려 한다.
Q 그렇다면 그 방안은 무엇인가.
A 국내 판로 개척 및 수출 확대 전략이다. 이를 위해 앞서 말한 ‘도자산업 진흥’을 위한 중점 사업으로 경기도자페어를 1년에 한 번이 아닌 다회 개최로 전환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경기도자페어는 1년에 한 번 열리는 행사로 도자 산업 진흥 측면에서 한계점이 존재했다. 올해부턴 다양한 장소에서 국내 유명 페어들과 협력하고 또 공동 개최를 통해 시너지 창출은 물론 횟수를 확대하려 한다.
해외 판로 개척은 물론 세계에 한국 도자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 역시 재단이 지속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지난해엔 호주 멜버른 굿 푸드 앤드 와인쇼, 홍콩 파인아트아시아 등 해외 유명 페어에 참가하면서 해외 마케팅 수출 지원체계를 구축했다. 올해는 해외 마케팅 방향성을 전환해 재단이 현재 운영하는 베트남 ‘상품홍보관’을 철수하고, 판매 중심의 단순 판로 개척에서 한국도자를 널리 알릴 수 있는 문화 홍보 기반 중심의 전시, 제작 시연, 판매 등이 융합된 행사를 기획해 해외 페어 참가를 확대하려 한다. 특히 그동안 호주, 베트남 중심의 판로 개척에서 벗어나 미국, 유럽연합(EU) 등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지자체와 협력해 사업을 추진하겠다.
Q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재단의 사업 계획을 알려 달라.
A 지금까지 도자문화 저변 확대와 도자 산업 성장 기반 구축을 위해 노력했다면, 올해엔 ‘도자연구지원 플랫폼 기능 강화’, ‘도예인 지원 확대’, ‘도자 산업 진흥’, ‘도민 문화복지 실현’ 이 네 가지 목표에 정책 방향성을 두고 혁신 전략사업 추진에 매진할 각오다.
먼저 도자연구지원 플랫폼 강화와 도자 분야 연구개발(R&D) 기능을 확대하겠다. 예산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2018년 이후 중단됐던 전국 도자 산업 현황 전수조사인 ‘도자센서스’ 사업을 시행해 도자 산업 관련 정책 수립과 효과적인 지원 방향을 설정하고자 한다.
이천 도자연구지원센터 기능도 강화해 도자산업 트렌드 분석과 동향 연구, 도예인 재교육 프로그램 운영, 도자시험분석 지원 등 도예인들의 고충과 건의사항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실질적인 도예지원 사업도 추진해 나가겠다. 또 도내 도예인을 대상으로 한 도예단체 행사 지원과 도내 민간 추진 지역도자축제 활성화를 위한 지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Q 2년에 한 번 열리는 ‘2023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가 올해 개막을 앞두고 있다. 발전 방안에 대한 논의가 궁금하다.
A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는 2001년 도자기엑스포에서 시작돼 이후 재단이 설립돼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2021년 열린 제11회 ‘2021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에는 70개국에서 1천184명의 작가가 참여해 총 2천503점의 작품이 출품됐으며, 현장과 온라인 관람객 총 41만명이 다녀갔다. 다만 국제도자예술행사로 순수예술 분야이다보니 산업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산업으로 키울 새로운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시민, 도예인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 보겠다.
Q 마지막으로 도예인들과 도민 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한국도자재단은 도자문화 산업의 시대적 흐름에 맞춰 변화하고자 새로운 기반을 다지고, 조직문화를 개혁하는 등 전략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노력을 토대로 도자·공예 분야의 문화 전반에서 한 발 더 앞서 나갈 수 있도록 도민, 도예인과 함께 소통하며 한국도자재단의 가치를 강화하는 데 더욱 매진하겠다. 특히 도민에게 도자문화복지를 실현하고자 박물관, 미술관이 위치한 이천, 여주, 광주 외 유휴 공간 활용 거점을 확보하고 찾아가는 도자문화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 재단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ESG위원회를 조직하는 등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도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니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바란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