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마스터 플랜부터 마스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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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구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겸임교수

여행을 떠나 보자. 길에 나서기 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주머니 사정을 따져보는 것이다. 욕심이야 하와이를 마다할까만 자칫 분수를 넘으면 빚더미에 앉을 수도 있어서다. 예산에 맞춰 목적지와 일정을 정하고 이동수단, 숙박지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예약한다.

 

이럴 땐 정보가 힘이다. 책자와 인터넷 지인들과의 통화 등을 총동원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하나의 여행계획표가 완성된다. 세부일정은 현지 사정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지만 큰 틀은 그렇게 미리 만들어 둔 기본 계획서대로 움직인다. 그게 마스터 플랜(Master Plan)이다.

 

기업경영에 있어서의 마스터 플랜은 충분히 예상되는 난관을 극복하고 추구하는 목표와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기본 계획을 말한다. 도시개발에도 마스터 플랜은 필수요소다. 지구 전체에 대한 토지이용계획과 각종 시설물의 도입을 구상하고 미래의 모습을 그리는 작업이다. 마스터 플랜의 첫 단계는 목적과 목표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이 사업을 왜 하는가, 달성해야 할 근본의 가치는 무엇인가 등이다.

 

그 다음은 환경분석이다. 해당 사업을 둘러싼 내부의 강점과 약점, 외부의 기회와 위협요인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가장 이상적이면서도 실현 가능한 전략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 결국 마스터 플랜은 시행하고자 하는 사업을 둘러싼 모든 정보의 총합이다. 사업 성공을 위한 우선순위이며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로드맵의 다른 이름이다.

 

인천의 대표적인 원도심 중 한곳인 부평에 경사가 있었다. 80여년간 시민들의 접근을 막아 왔던 미군부대 캠프 마켓 부지가 시민 품으로 돌아온 거다. 그 면적이 물경 60만4천938㎡다. 도심 한가운데 있는 금싸리기 땅이다. 여길 어떻게 쓸 것인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지역 내에선 호수공원이나 역사문화공원 등 저마다의 희망사항이 쏟아지고 있다.

 

시는 지난해 4월 이와 관련한 마스터 플랜 수립용역을 발주했다.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22개월의 시한을 줬다. 지금 이 시간에도 사업자로 선정된 업체는 골머리를 싸매고 있을 터다. 그런데 그와는 전혀 무관하게 조병창(일제강점기 당시 무기제조공장) 건물을 뜯네 마네, 제2시립병원을 들이네 아니네 연일 시끄럽다.

 

조금만 더 진득하게 기다리면 될 것을,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그렇게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토록 오래 기다려온 선물인 만큼 함부로 무엇을 결정해서도 안 된다. 더 많은 시민들의 목소리와 꿈을 담아, 더 많은 사람들이 그 가치를 향유하는,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한 공간으로 태어나길 바란다. 그걸 오롯이 담은 결과물이 마스터 플랜이다. 무엇보다 그 마스터 플랜부터 마스터하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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