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재료 어우러져… 새로운 문화 디자인
각기 손에 쥔 재료는 달라도 함께 작업하고 교류하며 그 안에서 다양한 논의를 하고 문화 콘텐츠를 창출했다. 이런 새로운 경험은 이들의 개별적인 활동을 조금 더 공익적으로 이끌고 지속가능할 동력을 부여한다. 이러한 작업을 이끄는 것은 공공기관이 아닌, 그들과 같은 민간 활동가들이다. 활동가들은 생활문화 공동체 간 교류를 이끌고 확산에 적극 참여하면서 주체적인 생활문화 디자이너로 성장했다.
군포문화재단이 경기문화재단의 ‘2022 경기권역 생활문화 교류 및 확산 연계사업’으로 진행한 ‘우리동네 생활문화 디자이너’의 결과물이다. 지역에서 활동하던 그치(그들이 책으로 치유하는 세상), 행복한 인두화 그림 동호회, 실로 엮는 이야기, 수목금(우드카빙 작업) 등 4개의 동호회와 이들에게 매칭된 생활문화 디자이너들이 만난 4개월은 짧았지만 강렬했고 미래를 약속하는 시간이 됐다.
지난해 8월부터 12월 말까지 진행된 이 사업은 군포문화재단이 지역에서 동호회 간 교류나 활동 확산을 주도적으로 할 매개자를 양성하고자 경기문화재단의 ‘2022 경기권역 생활문화 교류 및 확산 연계사업’ 중 하나로 진행됐다. 작은 시냇물이 모여 큰 강을 이루고 흐름이 자연스럽게 순환되듯 활동가들이 중심이 돼 작은 단위의 생활문화 공동체(동호회)가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모여 시민들이 주도하는 지역문화, 결국엔 이들이 문화의 주체자가 돼 민관 협력을 함께 이끌게 하고 광역-기초 협력 모델 사업을 만들겠다는 게 목표였다.
군포문화재단은 평소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생활문화 공동체를 이끌어 간 시민활동가 3명을 면접 심사 등을 통해 선정해 생활문화 디자이너로 임명했다. 또 생활문화 기획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행하는 5명 내외의 모임 4곳을 선정해 디자이너와 매칭시켰다.
지난해 10월21일 군포시생활문화센터 다목적스튜디오에서 열린 ‘우리동네 생활문화 디자이너 1차 교류 워크숍’에선 사업에 참여하는 디자이너와 생활문화 공동체 참여자들이 만나 지속가능한 동호회, 문화 모임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또 낯선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의기투합하고 공동작업을 할 때 빚어질 수 있는 다양한 갈등과 문제점, 어려움 등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풀기 위한 방안 등이 논의됐다.
수목금 동아리에 참여하는 이해리씨는 “모임을 하고 작업할 때 마음이 평화롭다. 위로받는 시간으로 누군가와 같이 작업하는 자체가 행복하다”고 말했다. 참여자들은 동아리 등 생활문화 공동체와 이들의 교류야말로 각박하고 어려운 현 시대에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이를 통해 사회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힘이라고 입을 모았다. 문화 생활을 혼자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인이나 이웃과 할 수 있는 게 동호회고, 그 힘이 커지면 자율적인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움직여 지역사회 생태계에 건강한 구심점이 된다는 것이다.
실로 엮는 이야기 동아리에 참여하는 신혜림씨는 “‘수목금’과 ‘실로 엮는 이야기’는 손으로 만드는 모든 걸 좋아하는 분들인데 실과 나무 등 서로 다른 것을 만들지만, 함께 만들어가는 시간이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면서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작업을 찾은 게 신기하고 함께 활동하는 데서 오는 만족감, 또 함께 해나갈 수 있는 동력을 얻는다고 말한다.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면서 함께 무언갈 이룰 수 있어 좋다는 협동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하셨다”고 말했다.
이들의 컨설턴트인 임승관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대표는 “다양한 연령이 함께 모여 의견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동아리에서는 세대 간 결합과 소통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특히 나만의 세계를 다른 누군가가 함께 박수쳐 줄 때, 이 일을 누군가 같이한다는 안정감과 함께 이룬 협동의 결과물 등이 있을 때 소속감과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며 “동호회에서 이런 작은 목표를 이룰 때 소속감을 느끼고, 지역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도 큰 자신감이 생기는 것, 이것이 동호회의 힘이 아닐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지난 4개월간 그룹별 네트워크와 교류 워크숍, 성과공유회 등을 통해 지역의 다양한 의제를 생활문화를 매개로 해결 방안을 찾아보고, 동호회끼리 교류하고 함께 작업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지속 가능한 생활문화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그 안에서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 냈다. 또 올해 함께 전시회를 여는 등 지속 가능한 교류를 통해 지역사회에 생활문화 공동체를 확산하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북 큐레이터로 지역에서 활동하다 생활문화 디자이너로 참여한 김신회씨는 “실로 엮는 이야기와 그치가 함께 실과 책을 매개로 콜라보 작업을 했는데, 서로 어우러졌을 때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을 확인했다”며 “서로 교류하고 함께할 때 각자 동호회가 가진 고유한 힘과 색깔, 정체성이 더욱 빛나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참여자들은 연대와 소통, 이를 통한 위로와 치유를 느끼면서 생활문화 동호회는 특별한 사람들이 아닌, 누구나 할 수 있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란 점을 확인해 나갔다. 이를 토대로 이들이 정리한 생활문화 동호회의 정의는 ‘우리가 사는 사회의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다. 김씨는 “문화의 향유를 느껴본 사람들은 코로나 시대의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스스로 조절하는 힘이 있고 격리나 고립 때 이겨내는 능력치가 달라지는 것을 확인했던 것 같다”며 “그 능력치를 끌어내는 게 생활문화”라고 단언했다.
인터뷰 한유선 군포문화재단 지역문화팀 대리 생활문화 매개자 양성 동호회 교류·활동 앞장
Q 지역에서 동호회의 역할을 상당히 의미 있게 보는 것 같다.
A 관내에는 175여개의 동아리에 2천여명의 회원이 있다. 동호회가 많고 활동하는 동호인도 많은데, 구심점이 돼 동호회 간 교류나 활동에 대해 확산을 주도적으로 하는 매개자와 플랫폼이 없었다. 공공기관이 생활문화를 이끄는 데는 한계가 있고 민간에서 해줘야 할 역할과 범위가 분명히 있다. 그런 부분이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형성돼 재단과 연계해 진행하면 시너지 효과가 크다. 그래서 이번 사업을 통해 시민활동가를 양성하고, 지속적으로 플랫폼 역할과 매개자 역할을 하도록 관과 협력해 지역 생활문화를 활성화시키고자 했다.
Q 지역에 생활문화 매개자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A 군포문화재단에서는 동호회 네트워크 사업을 오랫동안 진행해 오면서 시민협의체를 운영해 왔다. 동호회 성격의 모임에서 대표성을 띠는 분들이 본인의 분야와 영역에 대해서만 대표성을 띠고, 장르별로만 교류가 이뤄지는 등 확장이 되지 않더라. 그래서 단 한 곳의 동호회 대표성을 띠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모든 장르를 아우르고 생활문화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하는 매개자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야 동호회 간 교류가 이뤄지고 네트워크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이런 분들이 결국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적극적으로 행정에도 참여하는 시민협의체 역할을 할 거라 기대했다.
Q 사업이 끝난 후 만족도를 평가한다면.
A 디자이너들과 라운드 테이블 성과공유회 진행을 했는데, 기존의 역량을 ‘양성’한다는 목표에는 미흡한 부분들이 있었다. 그래도 이런 활동가들이 지역에 필요하다는 것에 대한 필요성, 어떤 방향으로 양성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교류와 토론, 참여자들의 인터뷰 등을 통해 도출됐다. 이런 점들을 반영해 올해 생활문화 및 공동체와 관련한 사업을 진행할 때 매개자 역할이 어떻게 돼야 할지 등에 대해 방향성이 나온 것이다. 군포에서 생활문화 매개자를 양성하는 데 충분히 발판이 된 사업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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