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에 대한 향수는 누구에게나 소중한 추억이다. 어린 시절 뛰놀던 동네와 친구들, 고향 산과 개울의 냄새. 수십년이 지나도 생생하다. 학업을 위해, 일자리를 찾아서, 먹고살기 위해 많은 사람이 고향을 떠나야만 했다. 낯선 도시에 뿌리를 내리고 지금 사는 곳이 제2의 고향이라고 여기지만 내가 태어난 찐 고향하고 같을 순 없다. 이렇게 우리나라 사람은 고향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이런 국민 정서를 반영해 정부가 올해부터 고향사랑기부제를 도입했다. 개인은 고향에 기부하고 지방자치단체는 기부금을 모아 지역주민을 위해 사용하는 선순환 구조다. 기부자는 세액 공제와 기부한 고향의 답례품까지 받을 수 있으니 초기 호응은 좋은 편이다.
구체적으론 개인이 연간 최대 500만원까지 기부할 수 있는데 10만원까지는 100%, 10만원 초과 금액에 대해서는 16.5%의 세액을 공제해 준다. 기부금의 30% 한도 내에서 지자체에서 준비한 답례품 수령이 가능하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자체의 재정 확충을 통해 지역 취약계층 지원, 청소년 보호·육성, 문화·예술·보건 증진 지역공동체 활성화 지원, 기타 주민 복리 증진 사업을 할 수 있다. 또 고향에서 생산, 제조한 물품을 답례품으로 제공해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제도 시행 초기 몇 가지 아쉬운 부분이 보인다.
인터넷 사용이 미숙한 중·장년층은 복잡한 절차 때문에 기부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기부 방법 단순화 및 다양화가 필요하다. 고향사랑기부제의 주요 기부자가 중·장년층으로 예상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정부의 ‘고향사랑e음’ 기부 홈페이지를 통해 기부할 경우 회원 가입, 기부자 개인정보 입력, 위택스 납부, 답례품 구매하기 등 복잡한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
은행에서 신청서를 작성해 기부하는 방법도 있지만 반드시 ‘고향사랑e음’에 가입해야만 답례품과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엄격한 기부자 제한도 기부제 활성화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고향사랑기부는 단체가 아닌 오로지 개인만 할 수 있게 했다. 타인 명의나 가명 등으로 기부할 수 없다. 지자체의 경우 기부제 홍보활동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불만이 나온다. 공무원이 직원에게 모금 강요와 권유, 독려를 할 수 없다. 개별적인 전화, 서신, 전자적 전송 매체를 이용한 모금도 안 된다. 호별 방문, 향우회, 동창회 등 사적 모임에 참석·방문해 기부를 독려할 수 없는 등 적극적인 캠페인이 불가능하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있다는 정도의 홍보는 가능하지만 구체적인 기부금을 활용한 사업에 대한 개별 홍보는 할 수 없어 지자체들은 홍보를 어떻게 극대화할지 고민 중이다.
애향심을 키우는 고향사랑기부제 실시는 건전한 기부문화 확산과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가 주민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그러나 기부제 활성화와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선 지나친 규제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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