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영화관을 찾고 싶지 않다면, 내 손안에서 콘텐츠를 골라보며 연휴를 즐길 수도 있다. 기나긴 연휴 기간의 묘미는 바로 미처 챙겨보지 못했던 영화나 드라마를 다시 꺼내 드는 일. 요즘 대세라는 드라마나 영화를 챙겨보며 유행을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그 궤적이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 살펴볼 때 더 많은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최근 화제를 모았던 배우나 감독들의 과거를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을 골라 봤다.
■ 고립과 결핍을 극복하고 한발짝 나아가기…‘어디갔어, 버나뎃’
최근 골든글로브 시상식과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에서 각각 ‘타르’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케이트 블란쳇. ‘블루 재스민’(2013년)과 ‘캐롤’(2015년)에서의 호연으로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았던 그의 작품을 다시금 돌아보고 싶을 때, 2019년 공개됐던 ‘어디갔어, 버나뎃’이 다양한 OTT 플랫폼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비포 선라이즈’(1995년)를 비롯한 ‘비포’ 시리즈, ‘보이후드’(2014년) 등으로 일상 속 인간 관계를 담아내는 방식을 연구해 왔던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영화다.
관계 속의 ‘나’와 삶의 주체로서의 ‘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순간들이 있다. 누구나 살면서 분명히 꼭 한 번쯤은 내가 아니라 나와 연결된 존재들을 위해 희생하고 포기해야만 하는 순간들이 불쑥 찾아온다. 화려한 건축가 커리어를 가진 버나뎃은 양육과 사회 생활, 일에 대한 열정을 둘러싼 크고 작은 갈등을 겪으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영화는 이웃과 원만하게 지내지 못하는 버나뎃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진정으로 우리 삶에 필요한 요소들이 무엇이 있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치유와 성장, 회복의 서사가 담긴 드라마는 전염병을 비롯한 각종 갈등이 첨예하게 사람들을 옭아매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새해를 맞아, 또 명절을 맞아 삶의 의미를 다시금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왓챠, 쿠팡플레이 등 대부분의 플랫폼에서 시청할 수 있다.
■ 살아가면서 판타지가 필요한 이유… ‘빅 피쉬’
‘웬즈데이’로 저력을 입증한 팀 버턴의 영화를 살펴볼 차례다. 지난해 11월 공개된 ‘웬즈데이’는 공개 후 28일 만에 누적 시청 12억시간을 넘기며 TV(영어) 부문 역대 2위를 기록했으며 해를 넘겨서도 여전히 TV(영어) 부문 톱10에 포함되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시즌 2의 제작 확정도 발표된 상황에 드라마 1~4화의 연출 및 제작을 맡은 버턴의 필모그래피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웬즈데이’를 떠올린다면, ‘가위손’(1990년), ‘유령 신부’(2005년),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2016년) 등 그가 만들어낸 기괴하면서도 아기자기하고 애틋한 정서가 담긴 작품에 우선 눈이 갈 수 있다. 하지만 연휴 내내 20편이 넘는 그의 수많은 영화를 다 챙겨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딱 한 작품만 꼽자면 자연스레 ‘빅 피쉬’(2004년)에 손이 간다.
윌 블룸은 위독한 아버지 에드워드를 찾아 온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영화 속에나 나올 법한 허구 같은 무용담을 늘어놓으며 진실인지 거짓인지 모를 헷갈릴 이야기만 반복한다. 아들이 아버지의 이야기 속에 숨겨진 진짜 모습을 마주할 수 있는 걸까. 이 같은 액자식 구성을 통해 ‘빅 피쉬’에선 인생에 있어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일보다 더 가치 있는 순간들이 많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영화를 보면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사람과 사람 사이 부대끼면서 살아갈 때 중요한 요소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역시 가늠해보게 된다. 살면서 동화나 판타지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빅 피쉬’에 새겨 놓은 감독의 진심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넷플릭스,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등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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