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등 공사중단 건축물 11개... 市, 사유재산 탓 안전관리 전무 “소유자들과 소통해 문제 해결”
“혹시 건물이 무너지면 어떡하나. 범죄는 일어나지 않을까 불안하고 무섭습니다.”
11일 오후 2시께 동구 만석동 인근의 한 빌라 공사 현장. 벽이 부서지고 창문도 없는 5층 규모의 빌라 건물이 지어지다만 채 22년째 방치 중이다. 외벽은 곳곳이 부서져 있고 칠하다만 페인트 자국이 남아있는가 하면 색도 짙은 회색으로 변한 콘크리트 벽이 다 드러난 사실상 폐건물이다.
더욱이 골목길쪽의 건물 창문 틀은 콘크리트가 무너져 철골이 튀어나온데다, 일부 철골은 녹슨 채 10m 높이의 외벽 양쪽에 위태롭게 걸쳐 있어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건물 1층은 가설 벽으로 막아놨지만 높이는 2m 남짓에 불과해 누구나 가설 벽을 밟고 뻥 뚫린 창문 틀을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정도다. 이 건물에서 1m 정도의 간격을 두고 양 옆과 뒤편에는 빌라와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이 곳에서 만난 인근 주민 김정민씨(62)는 “흉측한 폐건물 앞의 골목길이 좁고 사람도 지나다니지 않아 밤에 집에 가기가 너무 무섭다”며 “노숙자들이 건물 안에 들어가 각종 범죄가 일어나지 않을까 불안할 뿐”이라고 했다. 마을 환경정화 봉사자 김숙자씨(58)도 “수년째 환경정화를 해왔지만 주택가 한 가운데 폐가 같은 건물이 있는 것을 처음 봤다”며 “언제 범죄가 일어날지 몰라 빨리 건물을 철거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오후 4시께 찾은 중구 인현동 동인천역사 앞. 당초 판매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던 이곳도 11년째 공사가 멈춰 있다. 이곳 공사장의 가설 벽 앞 계단은 부서진 채 안전 펜스 등 일반인 출입을 막을 조치도 없이 흉측한 모습으로 남아있다.
인천지역 도심 곳곳에 공사를 하다 멈춘 건축물들이 흉물로 내버려져 있다.
11일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지역엔 중구 3개, 동구 1개, 미추홀구 1개, 연수구 1개, 부평구 2개, 계양구 2개, 강화군 1개 등 모두 11개의 장기 공사중단 건축물이 있다. 이들 건축물은 사업자 부도 5건, 자금부족 5건, 분쟁 1건 등 대부분 금전적인 이유로 공사가 끝나지 못한 채 버려져 있다. 공사가 멈춘 지 20년이 넘은 곳은 2개이며, 10년이 넘은 곳도 5개에 이른다.
하지만 시와 군·구의 안전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고 않고 있다. 시는 현재 사유 재산이라는 이유로 건물 및 토지 소유자들에게 안전 관리를 요청만 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시와 동·계양구는 지난해 이들 장기 공사중단 건축물 3곳에 대해 국토교통부로부터 선도사업 정비모델로 선정받기도 했지만, 그동안 아무런 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소유자들에게 안전관리의 필요성만 전달하는데 그치고 있다.
시도 이들 장기 공사중단 건축물 정비를 위한 관련 예산 확보 등도 하지 않고 있다. 되레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시작하면서 지난해 말 4개의 장기 공사중단 건축물이 추가로 발생했다.
시 관계자는 “대형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3년마다 1번씩 국토부의 실태조차를 통해 확인한 안전 지적사항을 소유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공사 재개나 철거 등을 확정할 수 있도록 소유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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