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1968년 '식물통제계획' 일환으로 살포…주민들 여전히 후유증 시달려
정전 협정(1953년 7월27일) 이후 남방한계선 이북 비무장지대에 유일하게 남은 대한민국의 작은 마을 파주 대성동. 평화롭던 대성동 마을은 우거진 수풀을 관리한다는 명목하에 50여년 전 ‘악마의 화학물질’로 불리는 고엽제로 뒤덮였다. 이후 많은 마을 주민들이 고엽제 관련 질병을 호소하며 생을 마감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전수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채 대성동 마을 주민들은 아직도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경기일보는 정전 70주년을 맞아 6·25전쟁의 상흔인 파주 대성동 마을 주민들의 고엽제 노출 피해 실태를 살펴보고,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파주 대성동을 비롯한 비무장지대(DMZ) 일대가 고엽제로 뒤덮인 지 50년이 넘어가면서 민간인 피해 보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정전 70주년과 함께 대성동 마을이 70주년을 맞는 의미있는 시기인 만큼 대책 마련을 더 이상 늦춰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9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1967년 주한미군은 DMZ 지역의 우거진 수풀을 관리할 목적으로 한국정부와 논의 후 DMZ 남방한계선과 민간인출입통제선 사이 지역에 고엽제 살포계획을 준비했다.
이듬해인 1968년 주한미군은 ‘식물통제계획’을 세우고 DMZ 남방한계선 이남 민간인통제구역 7천270만여㎡(약 2천200만평) 일대에 2만1천갤런의 고엽제 원액을 3 대 50 비율로 섞어 뿌렸다.
무분별한 살포로 지역별로 얼마나 살포됐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당시 대성동 주민들은 ‘제초제’라는 이야기만 듣고 고엽제를 받아 자신의 논밭에 직접 뿌리기도 하는 등 지역 일대에 살포된 고엽제의 양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로 원액만 드럼통 315개 분량에 이르는 만큼 5천개 이상의 고엽제 드럼통이 DMZ 남방한계선 이남 민간인통제구역에 뿌려진 셈이다.
문제는 고엽제 살포 이후의 후유증이다. 고엽제에 노출될 경우 각종 질병이 발생할 수 있는데, 현재 국가보훈처는 폐암·후두암·전립선암 등 각종 암을 포함한 20가지의 후유증과 고혈압·뇌출혈 등 19종의 후유의증, 2세 환자에 대해선 △척추이분증 △말초신경병 △하지마비척추병변 등의 질병에 대해 지원하고 있다.
실제로 마을 주민 등에 따르면 대성동 마을의 일부 주민들은 여전히 고엽제 의심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성동 마을에 거주하는 50대 A씨의 경우 부친이 고엽제 후유증 질환인 심장질환을 앓다 4년 전에 작고했고, 모친도 같은 증세로 치료 중이다.
A씨 역시 협심증과 당뇨병, 고혈압 등 관련 질환을 앓고 있는데 병원 검사 결과 유전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고엽제 질환과의 인과관계 규명을 위한 전수조사의 필요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김동구 대성동 마을 이장은 “올해는 정전 협정과 함께 마을이 조성된 지 70년이 되는 뜻깊은 해지만, 아직도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어 조상들의 억울함을 풀어드리지 못하고 있다”며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민간인 피해 보상은 아무것도 모르고 억울함 속에 잠든 조상들과 마을 주민들의 간절한 염원이다. 민간인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