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25. 동두천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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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 상봉암동에 위치한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은 ‘숲에서 꿈꾸는 어린이’를 주제로 체험활동 및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박물관 전경. 윤원규기자

 

느끼고 즐기며 자신의 재능을 찾아내는 배움 놀이터가 있다. 소요산 자락에 터를 잡은 건물도 꿈을 상징하는 별 모양이다. 신라의 대학자 설총을 길러낸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의 전설이 깃든 경기도의 명산 소요산 자락에 어린이박물관을 세운 뜻이 갸륵하게 느껴진다. 2016년 5월 개관한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은 동두천시 평화로 2910번길 46에 위치한 도립박물관이다. 동두천시로부터 2019년 말 경기도가 이관 받아 경기문화재단이 새롭게 단장하고 2020년 11월 재개관했다.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관장 김종길)의 상설전시 주제가 ‘숲에서 꿈꾸는 어린이’다. 어린이들이 몸으로 체험하면서 꿈을 키우라는 살뜰한 마음이 담겨 있다.

 

■ 몸으로 즐기며 느끼고 깨닫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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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키오사우루스 몸속을 탐험하며 체력을 기를 수 있는 클라이머존. 윤원규기자

 

1층과 2층의 상설전시 공간은 옥상정원으로 이어진다. 내부와 외부를 아우르는 열린 공간을 무대로 다양한 기획전시와 신나는 체험이 이뤄진다. 1층에서 만나는 공룡존은 ‘공룡 숲으로의 초대-꼬마 브라키오와 함께하는 과거의 공룡 숲 탐험’이다. 거대한 초식공룡 브라키오가 있는 신체 발달 대형 놀이터인 ‘클라이머존’은 어린이들에게 용기를 길러주고 질서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다. 36개월 미만의 영유아를 위한 ‘바닷속 놀이터’는 엄마의 배 속처럼 포근하고 아늑한 공간이라 유아들의 노는 것을 지켜보며 부모들도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곳곳에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전시물이 있다. 숲생태존·계곡물존·오감숲존·교육존이 둥글게 펼쳐 놓은 2층 전시실은 눈과 귀, 코와 입은 물론 손과 발과 피부까지 우리 몸의 오감을 다 자극하고 활용하도록 구성돼 있다.

 

깊은 숲 ‘지혜의 나무’를 찾아서-커다란 개미굴과 함께 있는 현재의 숲 탐험을 하고 졸졸졸 신나는 계곡물-계곡물에서 놀면서 만나는 과학과 비밀의 연못 공간을 지나 오감 튼튼 숲속의 감각-박물관의 오감 캐릭터들과 함께 숲속의 감각을 일깨우는 공간을 지나 자연과 미래, 미디어 랩-생태계, 환경, 평화 등 자연을 주제로 한 미디어 교육실이 이어진다. 평소 의식하지 않던 감각 기관의 소중함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어린이들이 ‘자연 놀이 숲’을 체험하며 꿈을 발견하고, 꿈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들입니다. 주말에는 평균 1천200명의 어린이들이 박물관을 찾고 있습니다. 더 많은 아이를 받고 싶지만 공간과 인력이 허락하지 않아 아쉽지요.” 지난 2020년부터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김종길 관장의 말처럼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은 경기 북부지역의 시민과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는 문화 공간으로 튼튼하게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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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중정에서는 'ANTI-FREEZE' 전시 가운데 장인희 작가의 세상굴리기, 또 다른 세상 등을 만날 수 있다. 윤원규기자

 

■ 어린이들이 살아갈 지구의 생태계를 지키자

 

어린이들은 박물관에서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고 예술의 멋을 느끼며 자신의 꿈을 찾고 상상력을 키우며 남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지혜를 배운다. 깊고 넉넉한 얼이 자라는 자연 놀이의 숲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은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에 의한, 어린이들의 자연 놀이 숲이 되고 있다.

 

이달 초부터 오는 27일까지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여름 방학 프로그램 ‘체험으로 만나는 생태 이야기’를 운영하고 있다. 3종의 생태 교육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체험으로 만나는 생태 이야기’는 멸종위기종 보호의 필요성과 생태 환경의 중요성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교육 프로그램이다. ‘소중한 약속’에서는 ‘오감이 환경동화 작가전2’와 연계해 전시를 관람하고, 그림 그리기를 통해 사라져가는 멸종위기 동물을 생각하도록 이끈다. ‘오감이 캐릭터 비누 만들기’는 친환경 재료를 사용해 직접 비누를 만들어 보고, 올바른 손 씻기를 체험한다. 그림책을 읽으며 '새'와 친해지는 ‘우리 엄마 못 보았어요?’도 진행된다. 지난 1일부터 시작된 ‘ANTI-FREEZE : 얼어붙지 않을 거야!’는 다음 해 3월31일까지 이어진다. 박물관 전시실 2층 복도와 미디어랩과 중정, 옥상정원에 실험성이 강한 특별한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이 전시는 어린이박물관의 정체성인 ‘숲’, ‘환경’, ‘생태’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생태계’를 현대미술 작품으로 풀어낸 게 특징이다. “전시 제목인 ‘ANTI-FREEZE : 얼어붙지 않을 거야!’는 땅속 미생물부터 새와 인간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순환하는 자연 생태계가 멈추지 않도록 지키기 위한 고민에서 탄생한 것입니다. 끊임없이 순환하는 생태계의 어느 한 연결고리도 얼어붙어 멈추지 않도록, 지구인들이 생태계를 이해하고 배우는 시간이지요.”

 

위기의 생태계를 바라보는 작가들의 시선은 무엇에 집중했을까? 먼저 만난 작품은 박물관 유리창에 수천 개의 점을 찍어 완성한 거대한 벽화다. 과연 무엇을 표현한 것일까? “해마다 약 800만마리의 새들이 유리벽과 창에 부딪혀 죽는다고 해요. 이것은 박수현 작가의 ‘산(散)’이란 작품인데, 새들의 유리벽 충돌을 막기 위해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 규칙’에 따라 ‘버드세이버’로 설계됐다고 합니다. 공공미술로 자연과의 공존을 모색하며 뮤지엄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도 담겨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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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를 주제로 열린 'ANTI-FREEZE' 전시 가운데 실제 식물과 디지털 식물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낸 소수빈 작가의 '인공정원'. 윤원규기자

 

미디어, 설치, AR 등을 활용해 화단에 설치한 작품 ‘인공정원’은 소수빈 작가의 작품이다. 조금은 낯설지만 우리의 일상에서 만나고 있거나 곧 만나게 될 풍경이다. “인공정원은 실제의 정원 식물과 함께 인공의 디지털 식물이 한 공간에서 살아갑니다. 미디어와 아크릴로 제작한 식물은 살아 있는 식물과 함께 새로운 생태계를 이룹니다.”

 

박물관 야외 중정으로 이동한다. 유리벽과 회색빛 콘크리트로 이뤄진 중정에 거울 소재의 사람 모양 시트를 여러 개 붙여 놓았다. 장인희 작가의 의도가 궁금하다. “관람객들이 작가의 작품들에 자기 모습을 비춰 보도록 유도한 것이지요. 주변 환경과 자기 모습이 어우러져 변형되는 모습을 통해 생태계와 관계 맺고 있는 ‘나’를 발견하도록 한 것입니다.”

 

역시 관람객 자신이 주인공이 되면 더욱 주목하기 마련이다. 박물관 관계자가 박물관의 옥상정원으로 안내한다. 소요산 공주봉이 훤히 보이는 옥상에 작은 마을이 조성돼 있다. “피스오브피스(이연우, 천근성)의 작품은 관람객과 함께 완성해 가는 작품이죠. 작가들이 동두천 일대의 폐가구를 직접 수집하고 기부를 받아 가공해 조성한 식물 아파트 단지입니다.” 짐작했듯 옥상에 조성한 아파트 단지는 화분이다. “9월 옥상정원 및 박물관 야외공간에서 가족들이 참여할 수 있는 ‘탐조 프로그램’과 ‘식물 아파트 분양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할 예정입니다. 9월 10·17일 두 번에 걸쳐 시민을 대상으로 식물 아파트 분양할 것입니다. 옥상에서 작물을 키워보는 즐거운 경험이 일상으로 이어져 탄소배출을 줄이는 운동이 확산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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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뿔소, 고래 등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의 이야기를 동화작가들의 그림으로 만날 수 있는 '오감이 환경 동화 작가전, 소중한 약속'. 윤원규기자

 

■ 체험의 숲, 학교 너머의 학교

 

5월 초 시작된 ‘소중한 약속’(5월4일~8월27일) 전시도 지구 생태계를 살리는 노력이다. 오감이 환경 동화 시리즈 중 ‘정말로 소중한 건’(김희경), ‘바다와 약속해’(민승지)라는 동화를 통해 멸종위기 동물과 해양 오염을 알려준다. ‘탄소 중립’과 ‘탄소 발자국’에 대한 개념과 우리의 역할에 대한 ‘오감이 환경 동화 작가전 1’을 전시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오감이 환경동화 작가전 두 번째 이야기’로 주제가 ‘소중한 약속’이다. ‘소중한 약속’은 환경오염으로 힘들어하는 멸종위기 동물들의 이야기를 보고, 듣고, 체험하면서 사라져가는 동물 친구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지구에서 동물들과 함께 살아갈 방법을 고민하는 소중한 약속을 끌어내는 것이 목표다.

 

“어린이박물관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에서 전달하지 못하는 것, 아직 시도하지 못하는 영역을 찾아내 채워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학교 이전의 학교가 되려는 것이지요.” 별들의 상상놀이터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은 어린이들이 보고 만지고 느끼는 새로운 개념의 박물관이다. 소요산 자락에서 어린이들의 얼과 슬기가 소나무와 참나무처럼 쑥쑥 자라고 있다. 김영호(한국병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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