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에 따르면 오는 9월4일을 ‘9·4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하고 집단행동에 나설 태세다. 명분은 지난 17일 “국회와 교육부, 시·도교육청에서 제대로 된 교권 보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서이초 A교사의 49재를 디데이로 정했다.
교사들은 내달 4일까지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집단 연가를 내고 집회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한다. 일부 학교는 학교장 재량휴업일로 지정해 달라고 교사들이 집단으로 학교장을 압박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주체 측은 ‘공교육 멈춤의 날’을 진행하는 데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해당 날짜에 ‘보호자동행체험학습’ 신청서를 내고 사유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공교육 멈춤의 날 참가하기’ 등으로 표기하는 방안까지 제안하며 독려하고 있다.
오늘날 교권 추락의 법률적 원인은 ‘학생인권조례’에 기름을 부은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방지법’ ‘아동학대처벌법’ 등에 기인해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고 그 결과 서이초 A교사의 비극이 있었다는 게 현장 교사들의 진단이다. 따라서 교사들은 학부모의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교육활동이 방해받는 경우를 막기 위해 관련 법 개정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교사는 ‘단체행동권’을 가질 수 없다. 헌법 제33조 1항에 따르면 근로자는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이 보장돼 있다. 그러나 2항을 보면 ‘공무원의 경우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한다’고 규정한다. 국가공무원법과 교원노조법에 따르면 국·공립 교원이나 사립 교원은 집단행위가 금지돼 있다. 통상 교사들은 파업에 준하는 행동을 ‘연가’로 처리한다. 현행 ‘교원 휴가에 관한 예규’를 보면 연가는 ‘정신적·신체적 휴식을 취함으로써 근무능률을 유지하고 개인생활의 편의를 위해 사용하는 휴가’라고 명시돼 있다. 합법을 가장한 편법과 탈법은 교육적이지도 않고 교육자의 윤리성 공직관에 비춰 봐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성서를 읽는다는 명목 아래 촛불을 훔치는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는 이치와 같다.
서이초 A교사의 비극은 라디오 볼륨처럼 커져 이제 교육사의 각인으로 남았고 비극은 교권 수호의 교향곡이 됐다. ‘유능한 사람은 근육으로 말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교사들의 절망감이 임계치에 도달한 지금은 ‘감성보다 이성’을 ‘근육보다 머리’로 해결해야 실마리가 풀린다.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교육부와 여야 정치권은 초·중등교육법, 아동복지법, 아동학대처벌법, 교원지위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 학교폭력예방법 등을 개정해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아동학대 면책권 부여 및 아동복지법상 금지행위 적용 대상 제외 등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 교육활동 전반을 모두 법률로 강제한다는 발상 자체가 교육의 실종을 내포한다. 교육은 부부간의 애정과 같아서 법률로 강제하기 이전에 학생과 교사의 심리·정서적 유대와 교감으로 이뤄지는 인간관계의 특수성 있는 활동이다.
교권 추락은 ‘학생인권조례’에서 시원(始原)됐는데 학생 인권이 신장됐나 반문하고 싶다. 국가의 주요 공공재인 교육에서 교사의 권위 추락은 사회를 지탱하는 내구력이 소진됐다는 방증이다. 한데 교사 권위 추락을 놓고 가위의 윗날이냐 아랫날이냐의 책임 공방은 부질없는 일이다. 사족을 달면 세기적 재혼인 오나시스와 재클린 여사의 결혼계약서는 A4 용지 700장 분량이었다고 한다. 계약서(법적인 문서 또는 약정을 의미)도 넓은 의미의 법률인데 그들은 행복했는가. 결국 파혼했다. 학생 교육활동을 위한 각종 법령 정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교사의 권위를 회복하는 일이다. 전국의 교사들은 사회를 향해 무거운 숙제를 던졌다. 쉽지 않은 난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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