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는 ‘쑥쑥’ 느는데... 양주시, 의료체계 붕괴 ‘경고등'

양주지역 종합병원·응급실 ‘0곳’... 위급한 환자 서울로 목숨 건 원정
의정부진료권으로 설정 공급제한... 엇박자 행정 순천향병원 유치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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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정신도시 전경. 양주시 제공

 

경기 북부의 의료체계가 붕괴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발표한 제3기 병상수급 기본시책에 따라 양주시는 동두천·연천과 함께 의정부진료권으로 설정, 병상 공급제한지역으로 구분돼 추가 병상 공급이 제한될 뿐만 아니라 점진적으로 병상 축소를 유도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기 때문이다.

 

복지부의 병상수급 기본계획은 적정 수준의 병상 유지와 수도권 의료 쏠림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병상 과잉 지역은 공급을 제한하고 부족 지역은 적절히 증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양주시는 상대적으로 병원과 병상 수가 많은 의정부권역으로 묶이면서 신규 종합병원 유치 시 복지부와 경기도지사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병상 공급에도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어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 보건복지부 제3기 병상수급 기본시책

 

복지부는 8월8일 보건의료체계 효율성과 지역완결성 제고를 목표로 병상관리체계 구축과 의료기관 신규 개설 절차를 강화하는 내용의 제3기 병상수급 기본계획(2023~2027년)을 발표했다.

 

복지부는 적정 수준의 병상을 공급하기 위해 병상관리기준을 마련하고 모니터링체계를 구축, 국가 병상관리체계의 기틀을 마련할 계획이다.

 

우선 각 지역을 ▲병상 공급 제한 ▲공급 조정 ▲공급 가능지역 등 3개 지역으로 구분하고 공급 제한·조정지역은 향후 병상 공급을 제한해 병상 감축을 유도한다.

 

이와 함께 1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 병상을 신·증설하거나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과 수도권 상급 종합병원 분원을 개원할 경우 복지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의료법 개정도 추진한다.

 

2021년 기준 인구 1천명당 병상 수는 12.8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4.3개에 비해 2.9배에 이르고 일반병상 수는 7.3개로 OECD 평균 2.5개보다 2배 이상 많다.

 

또 수도권 9개 대학이 수도권 11개 지역에 분원 설립을 추진 중으로 향후 지방 의료인력 유출, 필수 의료기반 약화가 우려돼 국가 차원의 병상자원 관리가 필요하자 이 같은 여건을 반영해 이번 기본시책이 나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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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예쓰병원 건물. 이종현기자

 

■ 양주지역 의료기관 현황

 

현재 양주시의 의료시설을 보면 종합병원은 한 곳도 없고 군병원 1개소, 정신병원 1개소, 일반병원 8개소, 의원 201개소, 요양병원 14개소, 보건소 1개소, 보건지소 2개소, 보건진료소 3개소 등이 있다.

 

병상 수는 요양병원 2천7병상, 일반병원 1천210병상, 정신병상 295병상, 병상 보유 의원 125병상 등 3천342개가 운영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병원은 대부분 군병원, 요양병원, 정신병원, 산부인과병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응급실을 운영하고 있는 병원은 없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 인증받은 급성기 병원도 국군양주병원(342병상)이 유일하다.

 

특히 지역 내 응급실을 운영하는 병원이 없어 응급사고가 발생하면 의정부시나 서울로 달려 가야 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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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권 행사 중인 양주한국병원. 이종현기자

 

양주지역 중급병원인 양주예쓰병원, 양주한국병원, 양주우리병원 가운데 양주한국병원은 폐원했고 양주우리병원은 휴원을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현재 의정부시는 의정부성모병원, 을지대병원 등 대학병원 2개소, 일반병원 19개소, 요양병원 10개소, 한방병원 7개소 등 38개 병원이 운영되고 있다. 300병상 이상의 상급종합병원 등 병상 수도 5천746병상에 이른다.

 

현재 북부지역의 종합병원은 9곳(2020년 9월 기준)이다. 이 중 병상 300곳이 넘는 종합병원은 의정부·남양주·구리시에만 있다. 양주·동두천·연천엔 한 곳도 없다.

 

북부지역의 열악한 의료 실태의 민낯이다.

 

■ 의료기관 이용 현황

 

양주시의 병상 수는 최근 5년간 300병상 이하 병원 2개소, 요양병원 등 910병상이 공급됐으나 해당 의료기관 두 곳(297병상)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휴업 중으로 관내 병상 보유 의료기관 부족으로 병원 의료기관 평균 재원일수와 병상 이용률이 매우 낮은 실정이다.

 

주민들의 의료시설 이용 현황을 보면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실시한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 양주시의 연간 미충족 의료율은 7.0%로 의정부권역으로 묶여 있는 인근 의정부시 5.5%, 동두천시 5.4%, 연천군 5.8%보다 높고 경기도 평균 5.4%보다 1.6%포인트 높다.

 

의원급 의료기관과 요양병원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지역 외 의료 이용 유출률도 양주에 주소지를 둔 입원환자 기준 80%, 입원치료비 기준 90%, 외래환자 기준 47%로 인근의 의정부시, 동두천시보다 높다.

 

■ 병상수급 기본계획 여파

 

현재 양주시 인구는 26만여명으로 2035년 5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택지개발 등으로 인구는 앞으로도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는 옥정지구 내 종합병원, 경기북부 거점 공공의료기관 설립으로 의료 접근성 향상과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통한 경기 남부와의 의료복지 격차를 해소하고 생활권을 중심으로 진료권을 설정해 진료망 확충, 공공의료 부문과 민간의료 부문의 상호협력으로 진료 기능을 분담, 계층별 진료체계를 확립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제3기 병상수급 기본시책에 따라 양주시는 의정부진료권으로 설정, 병상 공급제한지역으로 구분되면서 추가 병상 공급이 제한될 뿐만 아니라 점진적으로 병상 축소를 유도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는 늘어나는 인구에 대응하는 의료환경 변화를 위해 그동안 역점적으로 추진해온 종합병원 등 상급 의료기관 유치가 더욱 어려워지고 입원이 필요한 환자 80~90%는 현재와 마찬가지로 지역 외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로 인해 인구 26만의 도시이면서도 적정 시간 내에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지역으로 전락하고 인구가 늘어날수록 의료공백은 점차 심화되고 응급실 운영 병원이 한 곳도 없는 경기 북부의 의료 취약지로 전락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양주시의 의료기관 이용실태, 의료생활권 등 지역 특성이 반영된 새로운 진료권 설정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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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정신도시 전경. 양주시 제공

 

■ 시민들의 목소리

 

시민들은 현재 전국적인 의료환경을 볼 때 병상이 과잉 공급돼 문제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지역 특성이 모두 다른 만큼 병상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지역 실정에 맞게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지금도 응급실을 갖춘 종합병원 하나 없어 의료서비스에서 소외되고 있다며 의료환경이 열악한 지역은 병원 신설과 병상 증원 등을 통해 의료환경이 개선되도록 정부가 배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민 이모씨(옥정동)는 “옥정지구 내 종합병원 부지가 있음에도 입주하려는 병원이 없어 주민들은 타 지역으로 원정진료를 다니고 있는 실정”이라며 “열악한 의료환경 개선을 위해서라도 의정부권역에서 분리해 별도 권역으로 설정해 의료기관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양주시는 어떻게...

 

양주시는 기존 의료기관만으로는 감염병 예방, 응급의료 등이 어려운 실정에서 의정부진료권역으로 묶일 경우 병상을 증설(병원 유치)할 수 없게 돼 인구 증가 등 보건의료에 대한 수요 증가에 맞는 체계적이고 안전한 의료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진료권이 재설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포천시의 경우 인구 15만명에 머물고 있음에도 단독 중진료권역으로 분류돼 병상 수급에 큰 제약을 받지 않는 것과 비교된다.

 

이와 관련, 강수현 양주시장은 복지부 등에 의정부권역에서 분리해 동두천·연천을 한데 묶은 양주진료권역으로 재설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권역 재설정이 어렵다면 병상 공급가능지역으로 재분류해 줄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양주시 관계자는 “10년간 준비해온 경기 북부 거점병원 유치가 물 건너 간 상태에서 어렵게 순천향병원(800~1천병상)과 유치를 타진 중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했으나 이번 조치로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어 “이번 조치가 내년 1월1일 시행되는 만큼 국회의원실과 협력해 경기 북부권 진료권역 재설정을 이끌어 내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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