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노란버스’ 혼돈 누구의 책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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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길 경기도의회 윤리특별위원회 위원장

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소속 1천617개 업체(차량 3만9천409대)의 2학기 체험학습 버스 계약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계약 취소 금액은 161억원이며 취소 건수는 1천700건에 이른다고 한다. 연합회 관계자는 피해 집계 액수가 하루에 수십억원씩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17개 시·도교육청을 상대로 소송전을 예고한 상태다.

 

발단은 2학기 개학을 앞두고 교육부가 13세 미만 어린이들이 현장 체험학습을 가려면 일반 전세버스가 아니라 어린이 통학용(일명 노란버스)으로 타야 한다는 의무화 공문 지시였다. 일선 학교에서 혼란이 가중되자 교육부 관계자는 “경찰청이 만든 공문을 일선 학교에 전달했을 뿐”이라고 책임 회피성 해명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 장관은 사회부총리로서 경찰청장 및 법제처와 사전에 조율할 수 있는 위치다. 아니면 국무조정실에서도 얼마든지 조정 가능한 국정이다. 법률과 현실 간 괴리가 엄연한데 중앙부처 프로페셔널 행정직 공무원들이 몰랐다면 무능이고 알았다면 직무 유기다. 이는 전형적인 ‘행정의 경직성’으로 공무원들의 안일한 직무 태도와 매너리즘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노란버스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법규를 충족하는 노란버스로 개조하기 위해선 비용이 버스 한 대당 400만~500만원이 드는데 가을 한 철 수요를 위해 특수목적 차량으로 개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한다. 이제 와서 해결책을 찾느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앞뒤가 전도된 탁상행정의 전범일 뿐이다.

 

초등학교 시절 체험학습(수학여행)은 교과과정과 함께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교육부의 현장체험학습 매뉴얼에 따르면 체험 중심의 다양한 교육활동을 통해 개개인의 꿈과 끼를 키우고 자율성과 창의성을 함양한다.

 

더 나아가 교과 교육과정과 연계한 학교 밖 단체활동을 통해 협동심과 인성을 기르고 나눔과 배려를 실천하는 민주시민을 육성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체험학습을 기다리는 학생들의 기대감은 독자들의 초등학교 시절 기억을 반추해 보면 지금도 가슴이 설렐 것이다. ‘시간적 가치 비대칭 이론’에 의하면 ‘인간은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긍정적인 사건은 이를 예상하고 기대하고 있을 때 더 큰 행복감을 준다’고 한다. 예를 들면 초등학교 시절 운동회나 소풍을 기다리는 시간이 더 행복했던 기억과 같은 의미다. 전국의 초등학생들이 두 손 모아 기다리던 체험학습 꿈이 어른들의 잘못으로 좌절됐는데 내막을 모르는 어린 학생들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줬다고 생각하니 유구무언이다. 도의회는 경기도교육청, 경기도경찰청 등과 긴밀한 거버넌스를 구축해 전향적으로 집단지성을 모아야 한다. 왜냐하면 어린이들은 장차 이 나라를 짊어질 동량(棟樑)이기에 심신이 건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베이컨은 “건강한 신체는 영혼의 침실이요 병약한 신체는 영혼의 감옥”이라 하지 않았는가. 다행히 이 문제는 여야 간 쟁점 사안도 아니고 진영 간 이해 충돌사항도 아니어서 얼마든지 신속하게 해법을 찾을 수 있다. 현행처럼 체험학습 시 법규와 충돌되지 않도록 교사들의 송사 면책 등 여러 가능성을 두고 예산 편성, 조례 제정 등을 지원할 것이다. 경기도내 1천213개 초등학생들의 체험학습 꿈이 허공으로 날아간 뻐꾸기가 되지 않도록 경기도의회 차원에서 해법을 모색함은 선택이 아닌 학생들을 위한 시대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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