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9일 한글날은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반포를 기념하기 위해 1940년 발견된 훈민정음 해례본에 기록된 날짜를 근거로 지정된 국경일이다. 아울러 한글의 독창성과 과학성을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 널리 알리고 우리 민족의 한글 사랑 의식과 활용능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도 있다.
현재의 한글날이 있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통감부는 총과 칼을 앞세워 한글 말살정책을 펼쳤으며 이에 맞서 한글지킴이를 몸소 실천한 한글학자들의 희생 어린 한글 사랑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우리말 사용이 민족혼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이며 정신적 독립운동이라 생각했다. 한글날은 조선어학회 전신인 조선어연구회가 1926년 음력 9월29일 처음으로 ‘가갸날’이라 부르면서 기념하기 시작했는데 이때가 훈민정음 반포일로부터 팔회갑(八回甲)을 맞는 해였다. 특히 ‘가갸날’의 기념일은 세종실록을 근거로 지정됐으며 1446년 ‘9월에 훈민정음이 이뤄졌다(是月訓民正音成)’는 기록에서 최종 정리된 날짜를 찾아 만든 것이다.
그런데 요즘 젊은 세대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대화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이유는 출처와 근거도 없이 마구잡이로 줄이고 조합해 사용하는 신조어 때문이다. 예컨대 몇 가지 신조어를 나열해 보면 ‘모청’(모바일 청첩장), ‘택노’(택시만 타는 노예), ‘먹노매’(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질 줄 알라) 등 수많은 신조어가 난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치인들도 이러한 현상에 편승, 신세대와 소통을 한다는 명분으로 ‘딸피’(체력이 거의 바닥난 상태), ‘막타’(마지막 타격), ‘역킬’(거꾸로 죽임을 당함) 등 생각 없이 쓰고 있으니 우리나라 한글의 정체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최근에는 젊은 세대들의 시청률이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방송매체 및 각종 언론사, 인터넷 매체 등 매스미디어에서 신·구 조어 퀴즈, 신조어게임 등 출처도 없는 막말들을 아무 여과 없이 방송 또는 유행시키고 있다. 한글의 오남용의 요인은 비단 이것뿐만이 아니다. 일부 사람들은 외국어와 외래어를 혼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이에 대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일정한 범위 안에서 쓰는 낱말인 어휘에는 한국어와 외국어가 있다. 외국어는 그야말로 다른 나라의 말이며 우리말로 대체가 가능한 어휘들을 말한다. 반면 한국어에는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가 있으며 외래어는 가장 혼동하기 쉬운 어휘다. 여기에서 외래어는 언어 자체가 외국에서 들어 왔지만 대체할 어휘가 없어 그 나라의 말을 그대로 우리말처럼 사용하는 단어라 할 수 있다. 빵, 버스, 피아노, 라디오, 케이크, 커피, 껌 등이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의 이름이나 지명 등의 고유명사도 외래어로 분류한다. 그러나 외래어도 북한처럼 코너킥을 모서리 차기, 골키퍼를 문지기, 패스를 연락, 헤딩을 머리받기, 핸들링을 손다치기 등 억지로 해석해 쓸 수는 있지만 우리가 활용하기에는 너무나 부자연스럽다. 관공서에서도 업무보고나 공문서를 작성할 때 영어 대문자를 조합한 영문 어휘와 신종 외국어를 외래어인 양 활용하는 경우도 있어 이를 보는 국민들은 당황하기도 한다. 외래어에 관해서는 지금도 진행형이지만 맞춤법은 물론 문법 등 한글에 대한 진화와 정립이 시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어 이에 대한 논란이 많다.
‘방송은 바른 언어생활을 해치는 억양, 어조 및 비속어, 은어, 유행어, 조어, 반말 등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는 분명 명문화돼 있다. 또 국어기본법에는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춰 한글로 작성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최소한 이러한 법규를 지켜야 하는 곳이 행정기관과 공공기관, 언론매체들이다.
우리나라 말의 순화, 외래어 표기법을 운용하고 전문용어와 표준화 등 한국어와 한글을 연구하고 정책 개발하는 국립국어원에서는 신조어와 외래어 등으로 인한 한글의 훼손과 파괴의 심각성을 인식, 이에 대한 대책을 하루빨리 내 놓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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