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공의 감축… 경기·인천 의료공백 ‘빨간불’ [집중취재]

정부, 비수도권 정원 50% 배정… 수도권 전공의 1천256명 줄여야
경인지역 1만명당 인턴 등 전국 최하위… 응급상황 대처도 어려워

서울대보다 ‘의대’를, 소아과보다 ‘성형외과’를, 비수도권보다 ‘수도권’을 선호하는 현상이 심화하면서 의료계가 시끄럽다. 정부는 최근 의료계 내외부의 인력·과목·지역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인턴·전공의 의무 배치 비중’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경기도와 인천권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왜 그런지, 어떤 문제와 해법이 있을지 지역 특성에 맞춰 살펴봤다. 편집자주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경기도의 한 대학병원 모습). 경기일보DB

 

“환자가 들어오면 개별 과에서 적절하게 백업(back-up)을 해줘야 하는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버거운 상황이거든요. 내년부터 정원이 더 줄어들면 사실상 의사들이 ‘당직’을 설 수 없고, ‘긴급 호출’ 해도 올 수가 없겠죠.”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경기도의 A병원은 쉴 새 없는 고민에 빠졌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2024년도 인턴(수련의) 및 전공의(레지던트)의 수도권·비수도권 의무 배치 비중을 6:4에서 5:5로 조정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우리나라에서 의사를 양성하는 과정은 통상 6년간의 의대 교육과 3~4년의 인턴 과정을 거쳐 일반의로 개원하거나 전공의 자격을 따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전공의 자격을 얻은 의사는 이후 내과, 외과, 정형외과 등 각 과목의 전문의가 된다. 현재 정부의 인력 조정 대상은 ‘신입 의사’라 볼 수 있는 인턴 및 전공의다.

 

지난해 국내 ‘인턴’ 정원의 경우 전국 3천262명 중 1천874명(57.4%)이 수도권 몫으로 배정됐다. 이 비중이 추후 5:5로 조정된다면 내년에는 수도권에서 약 240명의 감원이 필요하다.

 

A병원 관계자는 “단순 수치로는 수도권의 인턴과 전문의가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인구 수를 기준으로 보면 턱 없이 부족하다”며 “정부는 수도권에 의료 인력 등이 쏠리는 만큼 비수도권에도 균형적으로 배분하자는 생각인데 실제로 의사가 집중되는 곳은 ‘서울’이지 ‘경기·인천’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경기도에서 저희 병원만이 진료를 보는 유일한 과목이 있는데 현재 전문의 1명 외엔 정원이 늘어나지 않고, 전공의 충원도 되지 않고 있다. 진료 예약이 8~9개월 뒤까지 꽉 찬 상태라 인력 추가 배치가 없는 한 응급 환자가 들어와도 빠르게 응대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경기일보DB

 

그의 말처럼, 권역별 인턴 정원을 따져봤을 때 ‘인구 1만명 당 인턴 수’는 경기·인천권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인천지역 8개 상급종합병원 협의회(이하 협의회)가 행정안전부 자료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전국 지자체별 병원 인턴·전공의 정원 책정 현황 자료 등을 취합해 분석한 결과, 서울권은 지난해 총 인구 940만여명에 따른 인턴 정원이 1천141명(전체 정원 중 35.0%)으로 인구 1만명 당 인턴 수(1.21명)가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이어 2위인 강원권은 인구 153만여명에 따른 인턴 정원이 101명(3.1%)으로 인구 1만명 당 인턴 수가 0.66명이었다. 다음으로 ▲대구·경북권 0.57명 ▲부산·울산·경남권 0.54명 ▲대전·충남·충북·세종권 0.53명 ▲광주·전남·전북·제주권 0.52명 순이었다. 경기·인천권은 0.44명으로 전국 7개 권역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인턴이 아닌 전공의 정원 현황도 마찬가지다. 인구 1만명 당 전공의 수는 올해 전국 평균 기준 0.67명이지만, 경기도(0.33명)와 인천광역시(0.42명)는 그 아래를 맴돌았다. 두 지역을 합쳐도 1명이 채 되지 않는 0.73명에 불과하다.

 

이와 같이 경기·인천권의 인턴 및 전공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향후 수도권 감원마저 이뤄진다면 실질적으로 서울 외 지역만 타격을 입는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A병원 말고도 경기도에 위치한 상급종합 B병원 역시 인력난으로 소아전문의 및 전공의를 24시간 두지 못해 야간 응급 진료에서 제외한 상황이고, 또 다른 상급종합 C대학병원도 경기도 병원에 소아전문의가 없어 서울 병원의 인력이 순환 근무하며 환자를 살피는 ‘비상 사태’이기 때문이다.

 

A~C병원 등이 포함된 협의회 관계자는 “정부 발표에 따라 우리 지역 의료계에선 수도권 인턴 240명, 전공의 1천256명의 감축을 예상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내년부터 경인지역 내에서 실시간 응급 상황조차 대응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우리도 인력 부족으로 운영이 힘든데 단지 서울과 함께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역차별을 받고 있다. 그 영향은 고스란히 경기도, 인천 환자들에게 이어지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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