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N번방 사건으로 인해 ‘디지털 성범죄’는 명확히 중대한 범죄 행위임이 비로소 대중들에게 인식됐으나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과 함께 디지털 성범죄 사범들의 범죄 방식도 진화하고 있고, 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성범죄를 낳고 있다.
‘딥페이크(Deep fake)’ 기술을 이용한 성범죄를 예로 들 수 있다. 딥페이크는 딥러닝(deep learning)과 가짜(fake)의 혼성어로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인간 이미지 합성 기술을 말한다.
그중엔 단순히 재미와 유머를 목적으로 하는 예도 있지만 정치·사회 영역에서 가짜뉴스를 퍼뜨려 혼란을 유발하거나 특정 인물을 콘텐츠로 활용해 음해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2019년 네덜란드의 사이버 보안 기업 ‘딥트레이스’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런 딥페이크 영상 중 무려 96%가 포르노 영상으로 확인됐고, 이미 악의적으로 인스타그램의 여성 사진을 누드로 편집(Deep porn)하는 AI가 등장하기도 했으며, 지인들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에 올라온 사진을 이용한 허위 합성물이 제작되는 등 이처럼 딥페이크 기술은 디지털 성범죄에 너무나 쉽게 악용되고 있다.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새로운 형태로 나타난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허위 합성물을 제작하는 등의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정부는 2020년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 2(허위영상물 등의 반포등) 조항을 신설, 딥페이크 영상물을 제작·유포·판매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일선에서 디지털 성범죄 수사를 담당하며 허위 합성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사범들을 검거한 결과 이들은 이러한 범법 행위를 ‘지인박제’, ‘지인능욕’이라고 지칭하며 성적 만족을 위해 지인들의 얼굴을 나체 사진과 합성해 유포‧판매하거나 해외 SNS를 통해 자신이 ‘합성물 제작 전문가’라고 자칭하는 사람에게 허위 합성물 제작을 의뢰하기도 했다.
이 같은 허위 합성물 제작·유포 사범을 검거하면서 나타난 특이점은 SNS로 개인의 일상을 공유하는 문화가 보편화 되면서 미디어에 얼굴이 노출된 누구나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과 범행 연령층이 주로 10대 청소년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범죄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으며 피해자에게는 불법촬영을 당한 것과 같은 극심한 고통이 뒤따를 수 있는 명백한 성범죄라는 사회적 인식을 확립함과 동시에 아직 성 가치관이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추후 이러한 행위를 단순 장난으로 치부하지 않도록 체계적인 디지털 성범죄 예방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기술 발전의 이면에는 그것에 따른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다. 이전에는 통상 물리적 공간에서 발생하던 범죄조차 조금씩 사이버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고 이제는 사이버 공간이 중심이 되는 범죄 패러다임으로 전환되고 있다.
정부는 특히 가파르게 증가하는 사이버 공간 내 성범죄에 대한 대책을 신속히 마련하고 피해자 지원 인력, 전문성을 갖춘 수사 인력을 확충해 실질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