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이 개최됐다. 이번 포럼은 중국이 일대일로 추진 10주년을 기념해 성과를 과시하고 국제협력을 강조하기 위한 외교무대로 기획됐다. 러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칠레 등 24개국과 국제기구의 정상들이 포럼에 참석함으로써 중국 경제의 글로벌 영향력을 확인시켜 줬고 중국과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는 한국도 해양수산부 장관이 참석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전쟁의 여파로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 유럽 국가들이 포럼에 대거 불참했고 최근 분쟁을 겪고 있는 중동지역 국가들의 참여율도 저조했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개발도상국들의 부채 문제 등과 같은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며 일대일로 10년의 성과를 저평가하고 그 지속가능성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대일로는 2013년 10월 시진핑 지도부가 제시한 국가발전전략 구상으로 중국 서부와 중앙아시아~러시아~유럽을 잇는 ‘육상실크로드 경제벨트(一帶)’와 중국 남부와 동남아시아~중동~아프리카~유럽을 연결하는 ‘21세기 해상실크로드(一路)’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일대일로 구상의 핵심은 중국이 개발도상국에 대출이나 투자 형태로 자금을 빌려주고, 중국 기업이 해당 국가에 진출해 도로와 철도 및 항구 등과 같은 인프라를 건설해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은 국내에서 한계에 직면한 산업의 해외 진출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개발도상국에 대한 영향력도 확대할 수 있다. 개발도상국들 역시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인프라를 건설하고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일대일로 구상에 긍정적이며 적극 참여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이 개발도상국에 높은 이자의 대출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부채가 발생하고 있고, 해당 국가들의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이는 곧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일대일로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중요한 이유다. 세계은행의 2019년 보고서는 일대일로가 개발도상국의 무역과 투자 증진 및 인프라 개선 등에는 기여했지만 동시에 많은 부채를 안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파키스탄의 경우 중국과 경제회랑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금 부족과 비용 초과 및 환경 악영향 등의 문제에 직면해 계약을 취소하거나 무기한 연기하기도 했다. 이러한 한계로 인해 전체 프로젝트 규모는 줄어드는 추세이며 미국과 유럽연합 등은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이나 ‘글로벌 게이트웨이 프로그램’ 등을 제시해 일대일로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진핑 지도부가 야심 차게 추진해온 일대일로 구상은 향후 일정한 ‘조정’을 거쳐 지속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이 구상이 중국의 소위 ‘두 개의 백년 계획’, 즉 2021년 공산당 창당 100주년 및 20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100주년과 연동돼 있는 장기 프로젝트이자 미중 전략경쟁의 장기화 추세에 대비한 국가전략이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은 2021년 11월 개최된 일대일로 좌담회에서 상대국이 감당할 수 있고 실질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작고 아름다운(小而美)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을 강조했고, 이와 관련해 중국은 2022년 해외 대출 규모의 엄격한 관리를 위한 문건을 발표했다. 이번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서도 시진핑 주석은 일대일로 참여국에 약 1천66억4천만달러를 새롭게 출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주목할 점은 향후 일대일로 국제협력의 중점이 녹색개발이나 공중보건 및 디지털경제 등과 같은 새로운 분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중국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인프라 건설로 시작한 일대일로 구상은 10년이라는 시간을 거치면서 실질적이고 상징적인 프로젝트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도 대응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시작하면서 중국과의 영향력 경쟁에 대비하고 있다. 향후 중국 경제의 회복 여부 및 관련국과의 관계 개선 등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대일로는 중국의 글로벌 표준 개발 및 영향력 확대를 위한 플랫폼으로 기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중국과 미국 등 강대국들의 개발도상국 정책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과 함께 새로운 분야에 대한 실질적인 국제 협력을 추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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