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정경원 아주대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

“환자 몰림 심한 데 의사 부족… 현실적 지원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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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원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이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외상센터의 역할 및 방향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기웅기자

 

권역외상센터. 일반 응급실의 처치 범위를 넘어선 총상·다발성 골절 및 출혈 환자를 도착과 동시에 응급 수술할 수 있는 외상 전용 치료센터를 말한다. 권역외상센터의 존재 이유이자 최대 목표는 ‘예방 가능 외상 사망률’, 즉 살 수 있음에도 치료가 적재적소에서 이뤄지지 않아 사망하는 환자 비율과 병상 포화상태(바이패스) 비율을 줄이는 것이다. 경기도, 그중에서도 경기 남부 권역에서는 아주대 외상센터가 그 역할을 맡고 있으며 전국 최대, 최고 수준의 센터를 자부하고 있다. 하루에 2~3회의 닥터헬기가 의료진을 태우고 이륙하는 아주대 외상센터의 수장 정경원 센터장은 “힘든 순간이 많지만 전국 최대 시설, 인력 규모로 경기도민의 생명을 구하고 있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Q. 4년째 아주대병원 외상센터장을 맡고 있는데 그간의 소회를 밝히자면.

A. 2016년 전임 센터장이자 초대 센터장인 이국종 교수의 빈자리에 부담을 느끼며 센터장 역할을 맡게 된 지 벌써 4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2020~2021년은 한층 더 힘든 시기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닥터헬기 제도 정비가 어느 정도 이뤄져 궤도에 올라서고 기존 팀원들이 어려운 순간을 견뎌주면서 현재 팀원의 절반이 이 시기에 합류한 것은 큰 성과로 여겨진다. 지금은 전국 최대 인력 규모로 활동하고 있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Q. 경기도민에게 권역외상센터의 역할과 필요성, 활동상을 설명하자면.

A. 권역외상센터는 쉽게 말하면 지역 내 중증 외상 환자를 적기에 치료해 생존율을 향상시키는 시설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외상센터는 ‘예방 가능 외상 사망률’ (이하 예방 사망률) 제로화를 지향하는 역할을 맡는 시설이다. 우리나라는 2010년 초까지만 해도 예방 가능 사망률이 30~50% 수준이었다. 10명이 심각한 외상으로 사망하면 그중 3명 이상은 살 수 있었음에도 적재적소의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했다는 의미다. 특히 경기도는 우리나라 인구의 4분의1이 몰려 있어 이 예방 사망률을 줄이는 게 최대 목표다. 이에 아주대 외상센터는 ‘외상 체계 트라우마 시스템’이라는 체계를 정립,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환자를 치료하고 상대적 경증 환자는 인근 병원이나 구급대원 처치로 연계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는 지역 사회의 협업도 필요해 경기도는 2019년 지역 외상 체계를 확립하는 조례를 제정하고 이 조례에 기반해 ‘경기도 외상 체계 지원단’을 구성, 아주대병원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지역 병원, 소방, 지자체 등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전국 최저 예방 사망률과 최대 중증 환자 치료라는 성과를 내고 있다.

 

Q. 그렇다면 현재 경기도, 남부권역 예방 가능 외상 사망률은.

A. 2020년 조사에서는 전국 예방 가능 사망률이 15.7%로 집계될 때 경기·인천지역은 12%를 기록했다. 또 조만간 발표가 예정돼 있지만 올해 경기 지역은 9.1%로 집계됐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예방 가능 사망률이 10% 미만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는 미국 내 레벨 1~2 외상센터와 비교해도 높은 수치로, 등수로 환산하면 전 세계 520여 외상센터 중 3~4위 수준의 낮은 사망률을 보이는 것이다. 특히 아주대 외상센터 한정으로는 지난해 예방 가능 사망률이 6% 미만을 기록했고 올해는 지난 9월 기준 2%대를 기록했다. 앞으로 남은 기간 큰 이변이 없는 한 우리가 벤치마킹했던 선진국 외상센터의 2010~2014년 예방 가능 사망률 2.4%를 상회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들 국가가 1970~1980년 권역외상센터라는 개념을 도입한 점을 감안하면 시작 시기는 40년 정도 차이가 나지만 설립 10여년 만에 그 격차를 따라잡은 것이다.

 

Q. 응급 의료 전용 헬기를 통해 365일, 24시간 출동하고 있는데, ‘헬기 타는 의사’로서 고충이 있다면.

A. 외상센터 의료진들은 ‘닥터헬기’를 2~3개월씩 몰입하는 기간을 둬 탑승하고 있으며 하루 2~3회 정도 이륙한다고 보면 된다. 올해는 9월까지 400회 가동했는데 12월까지 500회 초과가 예상된다. 체력적으로 팀원 모두 너무나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닥터헬기에 대한 공공과 민간의 인식, 인력 문제가 초기보다는 어느 정도 진전돼 이송 시간과 이송 건수 등이 모두 개선되며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섰다고 보고 있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가야 할 부분을 짚는다면 현재 닥터헬기는 임시 지상 계류장에 계류하고 있어 수시 정비와 주유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계류와 정비 인프라가 개선된다면 환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지 않을까 하지만 현재는 민간, 즉 병원 측이 운항 통제시설 유지, 헬기 관리에 필요한 비용 대다수를 감당하고 있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지금보다 지자체와 정부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줘야 하며 헬기 기종 노후화 문제도 서서히 절실해지고 있다. 권역외상센터가 필수 공공의료 시설인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지원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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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주대를 비롯해 전국 외상센터의 공통된 난관이 부족한 병상과 인력인데, 아주대의 상황과 정부에 요구되는 필수 의료 분야 지원책을 짚는다면.

A. 현재 아주대 권역외상센터의 치료 성과가 좋아지니 더 많은 환자가 권역 안팎으로 이송되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맞는 수순이지만 아주대병원 외상센터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권역과 최다 인구를 책임지고 있다. 또 타지역 병원들은 경제적 측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고 적자 누적 등 악영향이 더 크게 작용하다 보니 외상센터를 하지 않으려 해 아주대 외상센터로 더 몰리면서 병상 부족, 인력 부족에 따른 악순환이 발생하는 실정이다. 이에 현재 아주대 외상센터는 병상수를 2029년까지 현재 100병상에서 300병상으로 늘리기로 하고 보건복지부의 승인을 얻은 상태다.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경기남·북부 지역 중증외상환자의 아주대병원 외상센터 이송 비중은 2016년 설립 당시 20~30% 수준으로 출발해 2019년 50%를 기록, 지난해에는 71% 수준을 보였다. 이에 병상수를 2029년까지 현행 대비 3배로 늘리면 현재 71%에서 80~90%로 환자들을 수용할 수 있겠다고 예상했으며 이마저도 시일을 더 당기기 위해 내년까지 160병상을 조기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병상을 늘린다는 것은 곧 그에 필요한 시설 확충, 인건비도 함께 상승한다는 의미며 이는 병원 홀로 감당하기 매우 어렵다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비용은 차치하더라도 전체 의사 중에 권역외상센터, 이 분야에 지원하는 의사 수는 확실히 부족한 실정이다. 힘들고 같은 일만 한다면 개인에게 있어 발전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에 외상센터 소속 의료진에 대한 인건비 지원도 필요하지만 그와 동시에 누군가의 희생과 헌신 속에 서 있는 필수·공공 의료로서 현실적인 보상이 필요하다고 여긴다. 이 화두를 던지면 외상센터를 단순한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것이냐는 비판이 뒤따르는데, 공공에 헌신하는 외상센터에서 역할을 맡는 구성원 각자에게 충분한 보상이 뒤따라야 인력 수급은 물론 다른 권역외상센터의 설립도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또 정부 역시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이슈가 생길 때 반짝 대응하기보다는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요구한다.

 

Q. 외상센터 지원과 별개로 권역별 내실화 역시 필요하다는 의견인데.

A. 현재 우리나라에는 17개의 권역외상센터가 지정돼 있으며 16곳이 정식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외상센터가 모두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느냐 묻는다면 대답하기 어렵다. 일부 센터는 예방 사망률을 지속해서 낮추며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어떤 센터는 투자된 재정, 인프라 대비 역할을 하지 못해 퇴출 의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외상센터는 대개 역량 부족, 외상 시스템 체계 부족 등으로 바이패스를 선언하고 경기지역에서는 대개 아주대 외상센터로 이송된다. 이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가 남부 지역 환자를 돌보지 못하는 불상사가 이는 실정이다. 이를 방지하고자 정부에, 권역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해줄 것을 요구 중이지만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권역별 외상센터의 내실화를 비롯해 지자체, 외상센터 간 권역 명확화는 향후 발생할 여러 악영향을 방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수순이다.

 

Q. 의사로서 외상 분야를 선택한 이유와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A. 의사의 길을 걷기로 할 때 의료 선교에 뜻이 있었고 부유하고 잘난 사람을 도울 병원과 의사는 많으니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의사가 되고자 외과를 선택했다. 이후 진로를 결정할 시기에 아주대병원 외상센터 근무 제의가 왔고 처음에 뜻한 의료 선교와 비슷한 일을 국내에서 하기로 마음먹고 이를 선택했다. 비록 지금은 너무 힘들어 가끔은 내려놓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센터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외상센터를 정착시켜 나가고 좋은 결과가 하나둘 도출되는 것을 보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도 외상센터장으로서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 길을 선택하는 구성원들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를 만들어가는 데 전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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