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기후변화와 K-겨울 관광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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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경기대 관광전문대학원장·관광문화콘텐츠학과 교수

2016년 ‘슈퍼 엘니뇨에 녹아내린 겨울축제’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기후변화의 상징이 된 슈퍼 엘니뇨 때문에 대부분의 겨울 축제가 취소되거나 축소됐으며 겨울 스포츠관광의 대표주자인 스키 리조트도 따뜻한 겨울로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올겨울도 엘니뇨 현상으로 예년보다 포근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겨울 시즌에는 따뜻한 남쪽 나라로 여행을 하지만 반대로 동남아 관광객들은 추운 나라로 여행을 떠난다. 세계적인 축제가 된 화천 산천어축제와 평창 송어축제, 태백산 눈축제, 그리고 무주 덕유산 리조트, 용평리조트와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등 K-겨울 관광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방문하는 것이다.

 

즉, 하얀 눈을 보지 못하는 동남아 관광객과 대만 및 홍콩, 중국인 관광객에게는 우리나라의 매력적이고 독특한 K-겨울 관광콘텐츠 상품의 선호도가 높은 것이다.

 

일상이 된 지구 온난화는 전 세계적으로 폭염, 폭설, 태풍, 산불 등 이상기후 현상을 야기하고 있고 세계 어느 곳에서든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30년 사이에 평균온도가 1.4도 상승해 지구 온난화 경향이 더 심해지고 있고 더욱 가파른 속도로 기후변화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범지구적인 탄소중립 실현 노력에도 불구하고 겨울축제가 취소되거나 축소되고, 겨울 스포츠 관광콘텐츠 개발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발생하는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계절이 뚜렷해 아름다운 자연유산의 매력을 만끽했던 우리나라는 겨울 관광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관광 공간이 점차 사라지고 있어 내국인은 물론 동남아, 대만과 홍콩,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매력적이고 독특한 K-겨울 관광콘텐츠 상품을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지역 발전과 지방경영 수단으로 겨울 축제를 선택한 지자체는 지역주민의 소득 증대와 지역경제 발전, 지역 이미지 제고에 치명타를 입고 있어 지방 소멸시대에 더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와 함께 겨울 축제를 준비하기 위해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한 송어나 산천어 양식장 업체들도 공들인 1년 농사를 망치는 일들도 벌어지고 있다.

 

물론 기후 변화로 인한 겨울관광의 위기는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나라 전국 방방곡곡에서 열리는 겨울 축제와 겨울 스포츠이벤트, 그리고 겨울 관광콘텐츠상품 공급이 과연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된다.

 

눈을 매개로 한 겨울의 낭만과 추억, 자연풍광의 아름다움을 즐겨왔던 축제인간(homo festivus)과 여행하는 인간(homo viator) 세계를 더는 우리나라에서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늦은 감이 있으나 지금부터라도 이러한 기후 변화에 대비하는 겨울 축제와 K-겨울 관광콘텐츠의 미래에 대한 인사이트(insight)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얼음낚시와 눈 조각 중심의 관광콘텐츠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OSMU(One Source Multi Use) 전략을 수립하고, 하늘의 뜻에 기대기보다는 인간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첨단 과학기술을 융복합해야 한다. 새로운 발상과 생각의 전환, 가치 협업을 통해 창의적인 K-겨울 관광콘텐츠 이야기를 구성하고 이를 관광상품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류가 함께 해결해야 할 글로벌 위기인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아름다운 K-겨울여행을 즐기는 인간세계를 지속하기 위해 우리는 혁신과 창조적인 사고의 전환을 지금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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