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산은 선사시대부터 역사시대에 이르기까지 수천년 동안 고양시를 지켜온 유서 깊은 유적이다. 올해 3월3일 고양특례시 주최로 고봉산 역사유적을 재조명하는 학술세미나를 연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 학술행사는 시민들이나 언론사에서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등 진행에 미숙함을 드러냈다. 각 대학 연구단체의 원로 학자와 여러 대학의 전공교수 등 20여명이 참석 열띤 토론을 벌였다. 고양시 개시 이래 이같이 많은 고대사 관련 전문가들이 모인 적이 언제 있었나.
그러나 지금도 아쉬운 것은 이 학술행사가 시민, 학생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적든 많든 국가예산을 들여 모처럼 만든 큰 학술행사인데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올해를 반면교사로 삼아 내년에는 올해보다 보다 많은 시민 학생들이 참여 할 수 있는 진정한 고봉산 역사축제를 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양특례시와 그동안 고봉산 역사유적을 답사하고 새로운 유적을 찾은 고봉산 학술탐구연구 위원회가 공동으로 축제를 열어줬으면 하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고봉산에는 애틋한 사랑의 설화가 전해 내려온다. 이 설화는 조선시대 춘향전의 내용과 구성이 똑같다는 점이 주목된다. 주인공은 고구려22대 안장왕(安臧王)과 이곳에 살던 토호의 딸 한주이며 이들의 사랑은 극적이고 아름답다.
안장왕과 한주의 설화를 기록한 책은 ‘해상잡록(海上雜錄)’인데 현재 이 기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민족사학자인 단재 신채호 선생이 자신의 저서인 ‘조선상고사’에 상세하게 인용함으로써 알려지게 됐다.
남원을 무대로 하고 있는 소설 춘향전은 17~18세기에 지어진 픽션이지만 안장왕과 한주의 사랑 이야기는 실화로 약 1200년이나 앞서 있다.
여기에서 춘향전 소설의 모태(母胎)가 바로 ‘안장왕과 한주의 사랑’ 이야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고봉산의 역사적 중요성은 재론할 여지가 없다. 특히 고봉산 유적은 수천년 이 지역에 살아온 주민들의 기복(祈福) 성지이기도 했다. 필자는 전문학자들과 함께 고봉산을 수차례 답사해 선사시대 다수의 성혈유적을 확인했다. 고인들로 추정되는 큰 바위, 제사터, 선각화를 발견하기도 했다.
차제에 고봉산 유적을 전국에 널리 홍보하고 아름다운 한주와 안장왕의 러브스토리를 고양시 심벌로 삼자는 것이다. 픽션도 아니고 너무나 훌륭한 역사적 사실을 갖고 있으면서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 아쉽다. 다른 지자체들은 없는 사실도 억지로 만들어 관광자원으로 삼는데 우리는 지금 잠을 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소설은 역사가 돼가고 역사는 묻히고 있다.’ 다시 한번 시당국과 지역사회에 고봉산축제와 학술대회의 필요성을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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