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금융투자소득세와 글로벌 스탠더드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청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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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투자자, 우리 증시의 장기적 상생을 위해 내년에 도입할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일 한국거래소에서 개최된 ‘2024년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러자 지난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모든 상장주식에 금투세를 도입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및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 차원의 후속조치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한민국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세계적 기업이 많이 있지만 주식시장은 매우 저평가돼 있다”며 “임기 중에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은 자본시장 규제는 과감하게 혁파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고 강조했다.

 

내년에 도입할 예정이었던 금투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은 규제라고 본 셈인데 과연 그럴까?

 

금투세는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에 투자해 얻은 연간 수익이 일정 금액(국내 주식∙펀드 5000만원, 해외 투자 250만원)을 넘으면 초과한 소득의 20~25%만큼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자.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크고 선진 자본시장으로 평가받는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에서는 금투세와 비슷한 과세장치가 이미 존재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세부 방식엔 차이가 있지만 모두 상품별 수익을 통합적으로 계산해 과세하는 손익통산(損益通算) 방식을 적용한다. 예를 들어 어떤 투자에서 수익을 얻더라도 다른 투자에서 손실을 입은 경우 모든 금융상품의 수익과 손실을 합산해 이익을 거둔 경우에만 과세를 한다.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하나의 계좌에서 이뤄진 매매라도 손익통산이 되지 않는다. 손해를 보더라도 국내주식은 매도할 때 양도가액의 0.3%에 해당하는 증권거래세를 무조건 내야 한다.

 

한편 이들 국가들은 투자 손실을 이월해주는 이월공제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투자를 통해 손해를 봤다면 올해 이익을 보더라도 이를 합산해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영국은 무제한 이월, 미국과 독일은 일정 기간, 일정액 범위에서 무제한 이월을 허용하고 있다. 일본은 3년까지 이월을 인정해 준다. 반면 한국은 수년간 손실을 입었어도 올해 이익이 발생하면 세금을 내야 한다.

 

금투세는 이상한 규제가 아니다. 다양한 금융상품, 수년간 손해와 이익을 모두 고려해 종합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합리적인 과세 방식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세제의 원칙에도 부합한다. 금투세 도입이 바로 글로벌 스탠더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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