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건보공단 재정 안정 위해 특사경 권한 부여를

이미정 여주대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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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봄 필자가 근무하는 간호학과의 재학생을 대상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의 특강을 접한 적이 있다. 건강보험의 수입과 지출관리 등 제도 전반에 대한 꽤 유익한 내용이었고 학생들에게도 흔치 않은 교육의 기회였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제도 운영의 근간이 되는 보험재정의 위협 요소에 대한 내용이었다.

 

한국의 건강보험 제도는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모범 사례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그러나 최근 증가하고 있는 불법개설기관(이하 사무장병원)의 진료비 부당이득이 심각한 문제로 회자하고 있다. 이들에게 흘러 들어간 진료비가 약 3조4천억원에 이르고 환수율은 6.9%에 불과하다고 하니 건보재정의 안정성이 심각하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또 사무장병원은 질 낮은 의료서비스와 각종 위법행위로 국민의 건강권까지 위협하는 요소로 지적돼 왔다.

 

공단은 2014년부터 1천447건의 불법개설 의심기관을 단속해 오고 있으나 의심점에 대한 수사 권한이 없으므로 적발에 한계가 있어 수사기관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강력범죄 우선 수사 등으로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수사에는 한계가 있고 수사 기간도 평균 11.5개월이 소요돼 이 기간에 혐의자의 재산 은닉이 이뤄지는 등 사무장병원의 부당이득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현재의 적발 체계로는 사무장병원 근절은 요원해 보인다.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한 새로운 시스템으로는 공단에 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 권한을 부여해 사무장병원을 직접 단속하는 것이다. 다년간의 조사 경험과 노하우 축적, 전문인력을 보유한 공단이 수사를 담당하면 신속한 수사 착수와 수사 기간 단축, 발 빠른 환수로 연간 약 2천억원의 보험재정 누수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전문기관인 공단이 사무장병원 단속에 집중한다고 하는데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

 

관련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논의돼 왔으나 논의의 중심에는 공단의 수사권 오남용, 효율성에 대한 우려가 늘 자리 잡고 있어 왔다.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엄격한 통제 장치가 마련될 수 있다. 사무장병원에만 한정된 수사권 행사, 수사 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기관의 지휘와 감독 등 통제 메커니즘을 활용하면 안심해도 좋을 듯 싶다.

 

사무장병원 근절은 공단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한 특사경 법안의 통과는 우리 모두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국민의 건강과 보험재정 안정을 위한 바람직하고 긴요한 조치다. 더 이상 사무장병원이 기생하는 사회현상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어린 제자들이 더욱더 건강한 보건의료 환경에서 국민과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일원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논의와 결정을 주목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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