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수 동두천문화원지역학연구소장
“아! 소크라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형.”(작사·작곡 나훈아)
잘못이나 모순 등을 빗대 심각하게 풍자한 가수 나훈아의 유행가다. 철학의 대가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명언은 인간의 자기 인식의 영원한 주제 중 하나다. 히포크라테스는 의성(醫聖)이라 불리는 고대 그리스의 의사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의료인의 윤리적 지침으로 오늘날 의대를 졸업할 때 흰 가운을 입고 졸업식장에서 이 선서를 하고 있다.
2천500년 전에 만들어진 선서의 내용을 보면 ‘나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생각하노라’, ‘나는 인간의 생명이 수태된 때로부터 지상의 것으로 존중히 여기겠노라’, ‘나는 인종, 종교, 국적, 정당, 정파, 사회적 지위를 초월해 오직 환자에게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 ‘비록 위협을 당할지라도 나의 지식을 인도(人道)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노라. 이상의 서약을 나의 의사(意思) 능력으로 명예를 받들려 하노라’.
최근 끊이지 않고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으로 의사 전공의들이 위급한 환자들을 내버리고 떠나는 모질고 비정한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3일 보건의료 재난 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조정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 본부를 설치했다. 코로나19 감염병이 아닌 보건의료 위기 탓에 재난 경보를 심각으로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닷새 만에 그만큼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얘기다. 투쟁의 방법으로 환자를 외면하고 파업을 결행하는 것은 좀처럼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렵다. 어떤 상황에서도 의사는 병상을 지켜야 한다. 미개했던 아프리카에 처음 병원을 세우고 평생 헌신적으로 봉사한 알베르트 슈바이처 박사를 기억하는 국민은 환자를 버리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을 바라보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미국 대통령 케네디는 국가가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묻지 말고 여러분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문해 보라고 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한 순국선열들을 가리는 3·1절이 곧 돌아온다. 전공의들이여, 국가와 민족을 위해 병원으로 돌아오라. 간절히 부탁한다. 필자는 월남 참전 상이용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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