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휘문 성결대 행정학과 교수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기자간담회에서 “교육개혁에 속도를 내기 위해 전공을 정하지 않은 채 입학한 뒤 자신의 적성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전공의 기초 과목을 수강한 후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는 무전공 선발을 도입 및 확대하려 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무전공 선발에 대한 대학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무전공 선발과 대학혁신지원사업비를 연계했다. 즉, 대학들이 대학혁신지원사업에서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서는 교육부에서 제시한 무전공 선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교육부에서는 무전공 선발과 관련해 2개의 유형을 제시하고 있는데 1유형은 전공을 정하지 않고 모집 후 대학 내 모든 전공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입학 정원의 10%를 무전공으로 선발하는 것이고, 2유형은 계열 또는 단과대 단위 모집 후 계열 또는 단과대 내 모든 전공을 자율선택 또는 학과별 정원의 150% 이상 범위 내 전공 선택할 수 있도록 입학 정원의 15%를 무전공으로 선발하는 것이다.
대학들이 2025년부터 교육부에서 제시한 무전공 선발을 하려면 계획을 수립해 오는 4월까지 제출해야 한다. 무전공 선발과 관련해 남아 있는 시간은 많지 않은데 대학들이 준비해야 하는 일은 너무 많다. 먼저 무전공 선발을 위해서는 기존 학과나 전공에서 학생 수를 감축해야 한다. 학생 수가 많이 감축된 학과나 전공은 다른 학과 및 전공과의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폐지될 수도 있어 어려운 숙제다. 다음으로는 무전공으로 선발한 학생들에 대한 지원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
첫째, 무전공으로 선발된 학생들을 누가,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지원기구의 설치, 지원을 위한 교수와 직원의 충원 및 배치, 각종 지원프로그램 등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둘째, 인기 학과로의 쏠림현상과 학생들의 이탈현상에 대한 해소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각종 기초학문을 학습한 후 전공을 선택할 때 인기 학과나 전공으로 쏠림현상이 발생할 것이고 인기 학과나 전공을 선택하지 못한 학생들은 다른 학교로의 이탈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쏠림현상이 발생하면 교수의 충원 문제 등 새로운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셋째, 학생들의 학습권 훼손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충분한 수준의 강의 공간이 확보돼 있지 않았을 때 인기 학과나 전공의 경우 다수의 학생이 한 강의실에서 학습해야 하고 때로는 온라인 강의를 원하지 않더라도 온라인 강의를 들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반면 비인기 학과나 전공의 경우 수강생 부족으로 인해 다수의 폐강 과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외에도 해결해야 할 학생들의 학습권 훼손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의 입장에서 무전공 선발은 난제다. 무전공 선발 계획의 수립 및 실천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구성원과 충분히 소통해야 한다. 무전공 선발은 걸어본 적이 없는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이기에 어려운 여정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가야 하는 길이라면 아주 작은 비율부터 시작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하나씩 해소하면서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방향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