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효 인천 남동구청장
인천에서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 집을 사려면 몇 년이 걸릴까? 이를 나타내는 지표가 PIR(Price Income Rate), 소득 대비 주택가격지수 비율이다. 즉, 가구 주택 구입 능력을 나타낸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인천의 PIR는 8.5로 나타났다. 8년5개월 치 소득을 모아야 주택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서울은 11.7, 경기는 9.4였다.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은다는 건 사실 불가능하기에 실제 집을 사는 시간은 더 오래 걸리는 셈이다.
삶의 방식이 바뀌었다지만 내 집 마련은 여전히 인생의 중요한 목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지가, 자재비, 인건비 등이 크게 늘었고 아파트 분양가의 상승세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집을 사는 시기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집값 상승은 저출산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국토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저출산의 여러 경제적 장애요인 중 높은 집값이 첫 자녀 출산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숨만 쉬고 살아도 10년 뒤에나 집을 살 수 있는 상황에 출산을 망설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결국 임대주택으로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최근 청년층 주거 부담을 완화하고자 약 11만가구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계획을 밝혔다. 우선 청년 특별공급 등을 통해 공공분양으로 6만1천가구를 공급하고 우수한 입지를 중심으로 청년층 공공임대 5만1천가구도 연내에 공급할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토론회에서 “청년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어야 나라의 미래도 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거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정부 정책은 꾸준히 시행되지만 정책 성공을 위해선 현장에서 발생하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올해 2월 수도권 기준 LH 임대주택 대기자는 총 4만5천217명이다.
국민임대주택은 2만5천877명, 영구임대주택 8천451명, 행복주택 1만889명으로 집계된다. 이 중 요건에 맞는 임대주택에 입주하려고 1년 이상 장기 대기하는 경우가 1만9천980명이다. 반대로 LH 소관 전국 임대주택 중 약 4%에 해당하는 4만3천가구 이상이 미임대 상태로 남았다. 공실이 발생하는 이유는 작은 평형, 불편한 입지, 노후화로 인한 선호도 하락, 지역별 임대주택 수요 차이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 해결 방법으로 그린벨트를 활용한 임대주택 공급을 고려해볼 만하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말 기준 수도권 전체 그린벨트는 1천401㎢ 규모다. 그린벨트는 도심 녹지를 보호할 목적으로 지정했으나 일부는 사실상 제 기능을 못해 이름만 그린벨트인 경우가 있다. 그린벨트는 도심과 가까워 교통이 좋고 땅값은 저렴하다. 아파트 조성원가가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 공급 주체의 부담을 완화하고 수요자들에게 맞춘 건설계획이 가능하다. 그린벨트 해제를 남용해선 안 되겠지만 환경 훼손과 상관없는 그린벨트 구역을 풀어 토지 활용도를 높인다면 검토해볼 만하다.
더불어 기존 미임대 상태로 남아있는 공가 주택은 리모델링을 통한 재정비와 공급기준 완화 등을 통해 수요-공급 불일치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
토지주택연구원 자료를 보면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가구의 평균 자녀 수가 민간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가구보다 0.13명(공공 1.12명, 민간 0.99명) 많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저출생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정책임을 시사하는 자료다. 그러나 공급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수요자들이 원하는 형태의 주택 공급을 고민해야 한다.저출산 위기 수준만큼이나 시급한 사안이다. 정부, 지자체, 공급 주체 모두가 양질의 주거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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