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경 경기도농업기술원 원예육종팀장
육종(育種·Breeding)은 농작물이나 가축을 개량해 종전의 것보다 실용가치가 높은 신품종을 만들어 보급하는 농업기술을 의미한다.
원예작물인 화훼, 채소, 과수류는 주곡인 식량작물과는 달리 생필품이 아니라는 인식이 팽팽하다 보니 경제 여건과 사회 분위기에 따른 소비 패턴이 널뛰기만큼 증감폭이 크다.
2022년 과일 1인당 연간 소비량은 55kg으로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해 원예작물의 중요성과 소비가 점차 증대되고 있다.
전 세계를 팬데믹으로 몰고 갔던 코로나19, 쉼 없이 세계 곳곳에서는 전쟁이 진행 중인 이 시대에는 먹거리만큼 볼거리로 아픈 마음을 보듬어 주며 무한한 미소를 짓게 하는 화훼를 비롯한 딸기, 토마토, 배, 복숭아, 사과 등 과수가 포함되는 원예작물은 쌀, 밀, 콩 등의 식량만큼이나 중요해지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3만달러를 웃돌아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우리나라도 이젠 여유 있는 부자들만이 향유하던 꽃과 가까이하는 삶을 누구나 누릴 시기이며 다양한 채소, 과일도 골라 먹고 원하는 대로 주문 생산해 나만의 독특한 삶을 영위해 가고 있는 시대가 됐다.
이에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는 경기도 특화작목 중심으로 경기도민의 먹거리와 볼거리를 책임질 수 있는 원예작물 품종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장미는 1999년부터 시작해 87품종을 만들었으며 장미 농가에서 재배해 국내외 소비시장 곳곳에서 모습을 찾아볼 수 있게 됐으며 국화는 2006년부터 시작해 66품종을 만들어 국내 농가뿐만 아니라 적은 물량이지만 꾸준히 일본 수출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또 한 손에 쥐고 먹기 편하고 새콤달콤함으로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는 딸기, 복숭아, 체리에 관한 품종개발 연구도 한창 수행하고 있다.
우리 품종을 개발하는 이유는 첫째, 해외 품종 도입 시 우리 품종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로열티 협상의 히든카드로 방패막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둘째, 보유하고 있는 유전 자원과 확보한 육종 기술로 예측하기 어려운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언제든지 우리가 원하는 품종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힘을 가진다는 것이다.
2022년 기준 네덜란드, 미국 등 글로벌 종자 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60% 이상을 차지하고 시장은 2010년 44조원에서 2020년에는 64조원으로 10년간 20조원이나 증가했다. 지금도 세계는 황금 알을 낳는 총성 없는 전쟁터로 불리는 ‘씨앗(Seed)’을 위해 끊임없는 자원 확보와 활용에 사활을 걸고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 최근 최고의 화두인 작목별 재배 환경 데이터와 생육 데이터 수집 분석, 인공지능(AI) 기술까지도 적극 활용하는 디지털 육종(Digital Breeding)체계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도농기원은 적극적으로 신기술 도입 적용과 수요자 맞춤형 원예작물 신품종을 개발해 국내외 시장을 선점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이 총성 없는 전쟁터에서 미래세대를 위한 새로운 한 톨의 종자를 부지런히 만들어 건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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