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성 경기도체육회장
최근 대한체육회에서 태릉 국제스케이트장 대체부지 공모절차를 진행하면서 유치를 희망하는 기초자치단체들의 각축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유치전에 뛰어든 기초자치단체는 총 7곳으로 경기도에서는 양주시와 동두천시, 김포시가 신청서를 제출했고 인천에서는 서구, 강원도에서는 춘천시와 원주시, 철원군이 합류했다.
유치전에 뛰어든 기초자치단체에서는 각자 자신들이 최고의 대체부지라며 장점을 부각하고 있는데 춘천시는 과거 빙상에 기여한 공을 내세워 다시 한 번 빙상스포츠를 미래를 이끌어가겠다는 명분으로, 원주시는 풍부한 의료인프라와 연계한 빙상스포츠의 메카도시로 발돋움하겠다는 명분으로, 철원군은 국제스케이트장을 중심으로 지역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인천 서구는 국제공항과 근거리에 있어 외국선수들과 관광객들의 접근성이 우수함을 내세워 국제스케이트장이 유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권에서도 양주시가 도로·교통 여건과 빙상스포츠 인프라 확장이 높다는 명분으로, 김포시는 김포국제공항을 비롯한 교통인프라가 우수하다는 명분으로, 동두천시는 국가안보의 보상차원에서라도 유치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위에 열거한 내용 외에도 공모에 참여한 기초자치단체의 주장들을 들어보면 나름대로 타당성과 명분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있다.
하지만 50여 년의 역사를 지닌 태릉국제스케이트장은 단순한 시설이 아닌, 우리나라 빙상 스포츠의 발전을 견인해온 상징적 공간이며 이를 대체할 새로운 국제스케이트장의 위치 선정은 사용자의 입장인 빙상 스포츠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태릉 국제스케이트장 대체부지 선정 유치 경쟁은 각 지자체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당위성을 펼치고 있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빙상 스포츠 발전이라는 큰 그림에서 벗어난 행위이며. 체육인의 한 사람으로서 지자체장의 치적을 위해 과열된 유치경쟁은 우리나라 미래를 위한 것이 아닌 사적인 욕심으로 밖에는 볼 수 없다.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는 빙상스포츠를 발전시키고 계승할 수 있는 요소를 갖춘 지역을 선택해야만 한다.
대한체육회와 국제스케이트장 대체부지 공모에 참여한 기초자치단체들이 간과하고 있는 아주 중요한 문제가 하나 있다.
태릉국제스케이트장이 대체부지를 공모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태릉 일대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철거할 수 밖에 없는 운명에 처했기 때문이다.
태릉국제스케이트장은 지난 1971년 개장한 이래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우리나라의 빙상스포츠를 이끌어 온 곳이다.
지난 반세기 빙상스포츠는 태릉국제스케이트장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선수들을 발굴해 왔고 동계스포츠 인프라 또한 서울과 경기북부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으며, 지금도 빙상스포츠인의 60~70% 이상이 태릉국제 스케이트장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국제스케이트장 대체부지 선정을 위해 대한체육회와 공모참여 시군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이 순간에도 빙상선수들과 꿈나무 선수들, 그리고 그들을 육성하고 있는 지도자들과 부모님들은 대체부지가 어디에 선정되는지 노심초사하며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꿈나무 선수들을 육성하고 있는 학부모들은 대체부지가 태릉국제스케이트장과 멀어질 경우 아이들의 진로를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며, 최저학력제 도입으로 학업과 운동을 병행해야 하는 꿈나무 선수들에게 있어 원거리에 있는 스케이트장은 치명적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대한체육회도 태릉선수촌을 진천으로 이전할 당시 이러한 점을 우려해 국제스케이트장 이전을 보류했고 강릉국제스케이트장을 건립할 당시에도 태릉국제스케이트장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 전제되었다는 것은 이러한 논리에 타당성을 주기에 충분하다.
국제스케이트장은 건립비만 따져도 최소 2천억원의 혈세가 들어가는 대규모 사업이다.
이러한 사업은 수혜자인 빙상스포츠 관계자와 국민들의 수익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며, 과거의 영광이나 특정도시의 지역발전을 위해 정무적으로 판단하여서는 안되며, 외국선수나 관광객의 이용편의는 큰 불편없는 지역이라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해 볼 때 태릉국제스케이트장은 기존에 이용하던 빙상스포츠 관계자들의 이용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는 곳을 우선 하여 검토해 보고, 그 곳에 이전할 수 없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면 그 다음으로 이용불편이 적은 곳 순으로 대체부지로 검토하는 것이 타당하다.
대한체육회는 공모에 참여한 7개 도시의 장단점을 철저히 분석하는 것과는 별개로 태릉국제스케이트장을 중심으로 반세기 넘게 형성된 인프라를 이어갈 수 있는 곳을 우선하여 대체부지를 선정하여야 한다.
단순한 평가지표나 빙상스포츠와 관련없는 평가자들의 인기도에 편승해 빙상스포츠 인프라를 무시하고 대체부지를 선정한다면 반세기 넘게 형성된 인프라는 와해될 것이며, 현재의 인프라를 형성하기에는 또다시 반세기 넘는 기간이 소요되고 우리나라의 빙상스포츠는 최대 100년이 퇴보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미래 빙상스포츠의 중심이 될 국제스케이트장 부지 선정의 중요한 결정은 정치적인 영향을 배제하고 오로지 우리나라 빙상의 발전 계승을 염두해 두고 빙상계 사용자의 의견을 청취해 최적의 부지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우리 선배 체육인의 의무이자 역할이다.
경기도 체육회는 우리나라의 미래와 빙상체육의 발전을 위한 선택지가 어디인지에 대해 묻고 싶으며,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에서는 객관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사고로 태릉 국제스케이트장 대체부지를 선정하길 간곡히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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