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군분투 ‘학교 밖 아이들’... 따뜻한 ‘문학’으로 보듬어
김애란 작가의 책에는 우리 곁에 있으나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았던 아이들이 나온다. 여러 곳에서 소외받은 아이들, 상처받은 아이들, 하지만 자신의 현실에서 더 나은 내일을 꿈 꾸며 비상하는 아이들, 자신의 운명을 바꿔 나가고 자신과 친구, 세상을 사랑하는 아이들, 특출나지 않아도 존재만으로도 각자의 자리에서 빛나는 아이들.
초봄의 어느 날, 그의 자택 인근에 위치한 용인 기흥도서관에서 만난 김 작가는 조용조용한 말투로 하지만 묵직하게 말했다.
“대중성과 거리가 멀어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에도 쉽지 않은 분야이지만, 누군가에겐 필요한 이야기일 거라 생각해요. 필요한 사람의 손에 책이 가닿지 않을까 하는 의무감과 책임감으로 꾸준히 쓴 것 같아요. 앞으로도 쭉 아이들의 들여다 보고, 위로하고 응원할 것 같습니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김애란 작가는 1993년 ‘시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인으로 활동한 그의 작가로서의 삶은 자녀들의 성장과 맞닿아 있다. 200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돼 동시를 쓰다가 아이들이 어릴 땐 동화를 썼고, 청소년기에 접어들었을 땐 청소년 시와 소설을 썼다.
“처음엔 시를 배우러 다녔는데, 결혼하고 아이들을 돌보면서 동시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자연스럽게 동시를 쓰고 배우기도 하고 그냥 좋아해 했던 시간들이었어요.”
주부로서의 삶을 살며 글을 쓰기란 쉽지 않았다. 아이들이 어릴 땐 벅차고 너무나 힘들었지만,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 여겼다. 가족들이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볼 때면 그 옆의 테이블에 앉아 글을 썼고, 아이가 잠들면 그때 짬을 내 또 글과 마주했다. 잠을 줄여 글을 읽고 눈을 뜨면 또 썼다.
청소년 소설 ‘꿈꾸는 학교☆진로를 부탁해(2023)’, ‘수상한 연애담(2021)’, 청소년 시집 ‘난 학교에서 기적을 만났습니다(2022)’, ‘보란 듯이 걸었다(2019)’, ‘난 학교 밖 아이(2017)’, ‘멧돼지가 쿵쿵 호박이 둥둥(2015)’, ‘엄마를 돌려줘(2012)’, ‘일어나(2011)’, 동시 ‘아빠와 숨바꼭질(2010)’ 등 어린이, 청소년들의 이야기와 공감, 희망을 담은 책들은 그렇게 탄생했다.
청소년 이야기를 처음으로 담은 작품은 시집 ‘난 학교 밖 아이’(창비교육)다. 학교 폭력, 질병, 가정 폭력과 빈곤, 친구 관계 등으로 고통을 겪다 학교를 떠난, 학생이 아닌 청소년들의 아픔과 위로의 목소리를 시집으로 담아냈다. 책은 작가의 시골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며 학교를 그만둔 김 작가의 둘째 자녀와 그가 직접 겪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후 김 작가의 시선은 줄곧 가정과 사회에서 소외되고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 일하는 아이들에게 향했다. 학교 밖 아이들을 만나고, 또 청소년지원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상상도 못할 정도의 상황 처한 아이들”을 두 눈으로 마주했다.
당시 이런 문제들을 시나 소설로 풀어내는 것은 극히 드물었다. 써야 할 글은 더욱 명확해졌다. “아이들에게 위로가 되고, 사회적으로도 공론화 해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어요. 앞으로도 아마 쭉 그럴 것 같아요. 아직 우리 사회엔 자신의 의지가 아닌 가정의 붕괴나 사회 시스템의 부재로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거든요.”
경기문화재단의 ‘2023 경기 문학작가 확장지원 프로젝트’에 선정돼 지원받은 ‘열여덟 어른(가제)’(창비교육)엔 현재 사회의 문제로 떠오른 가족돌봄청년, 자립 준비 청년, 청소년 부모의 이야기를 담았다.
틀을 벗어나 ‘날개 달린 언어’를 쓰기 위해 잠시 숨 고르기 중이라는 김 작가는 앞으로도 청소년들이 겪을 만한 이야기, 청소년들이 공감할 이야기를 써내려 갈 예정이다. 청소년들이 어떤 이유로든 차별받지 않고 따뜻한 연대 속에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또 그들이 당당하게 자신을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청소년 소설이 대중성이 약하고, 한국 문학 시장이 어렵지만 늘 그랬듯 글을 쓰며 호흡하고, 누군가에게 위로와 희망을, 공감과 변화를 주고 싶습니다. 특히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에게 그 위로가 닿는다면 정말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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