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명찬 수원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불법개설기관을 효과적으로 단속하기 위해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 약국에 한해 건보공단(이하 공단) 임직원에게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하자는 내용의 ‘사법경찰직무법’ 개정 법안이 벌써 수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환자의 생명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이용하다 막대한 인명피해(사상자 159명)를 초래했던 밀양세종병원의 사례처럼 불법개설기관은 질 낮은 의료서비스와 각종 위법행위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공단 자료에 따르면 불법개설기관이 그동안(2009~2023년) 편취한 액수는 3조3천762억원으로 천문학적인 데 비해 전체 환수율은 6.92%에 불과하다고 한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고 보험재정 누수의 주범인 불법개설기관은 척결 대상이지만 현재의 단속시스템을 살펴보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공단은 2014년부터 행정조사를 수행하고 있지만 수사 권한이 없어 자금 흐름 추적에 한계가 있고 경찰 수사는 강력사건 등 이슈사건 우선수사로 수사가 장기화(평균 11.5개월)돼 적발 및 환수가 제때 이뤄지지 못하고 있으며 복지부 및 지자체 특사경 또한 인력 부족 또는 전문성 부족 등으로 단속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불법개설기관 단속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수사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이며 이로 인한 문제점은 재정관리 측면에서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불법개설기관에 대한 수사기간이 길어질수록 보험재정 누수 규모가 커진다는 점이다. 공단은 경찰에서 수사 중이라는 사실만으로 해당 기관이 청구한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거절할 수 없고 불법개설 사실이 수사 결과로 확인돼야 비로소 해당 기관이 청구한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보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불법개설기관에 대한 수사기간이 길어질수록 편취금액 환수가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수사가 장기화되는 동안 불법행위자들 대부분이 공단의 환수에 대비해 재산을 처분하거나 은닉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사를 얼마나 신속하게 진행하느냐는 재정 관리와 직결되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공단은 지난 10년 동안 불법개설기관 조사업무를 수행해 온 기관으로서 다양한 경험과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국적인 조직망과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강점을 갖추고 있는 유일한 조직이다. 또 공단은 보험자로서 건강보험 제도 운영 주체이기도 하다. 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한다면 신속한 수사 종결(평균 11.5개월→3개월)로 국민 건강권과 의료생태계 보호는 물론 건강보험 재정누수를 차단해 재정 건전화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불법개설기관 척결은 이견이 있을 수 없는 보건의료계의 시대적 과제이며 시급히 해결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우리 국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서로의 이해관계를 떠나 불법개설기관 척결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지 냉정히 살펴보고 지혜로운 결정을 내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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