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산의 봄, 자유와 책임으로부터

임대호 안산단원경찰서 치안정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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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화 민주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는 양보할 수 없는 본질적 요소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우리 헌법에도 집회결사의 자유를 언론·출판의 자유와 함께 기본권으로 명시하고 있다. 명문의 존부를 논하지 않더라도 개인의 자유는 존중돼야 마땅한 것인데 광장이나 축제, 휴일이나 출퇴근 시간 등을 이용해 집회를 하는 것이 최소한 ‘알린다’는 측면에서는 효율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음에도 종종 옳지 못한 행위로 평가되거나 비난을 받는다.

 

사람들은 광장과 같은 공적 공간이 사유화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우려와 분노 사이 그 어디 쯤에서 법(경찰)의 개입을 요구한다. 분노와 같은 원초적 감정은 정책 결정이나 법 집행에 끼어들어서는 안 되는 것이어서 법(경찰)은 ‘중립과 개입’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사회적 안녕이라는 전통적 관점에서는 법(경찰)의 적극적 개입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수의 행복과 공동체의 삶을 강조하는 입장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법(경찰) 입장에서는 대중의 분노를 개입의 명분으로 삼을 수 없고 중립을 내세워 공적 영역이 공동화되는 것 또한 방관할 수 없다. 안산의 봄은 2014년을 기점으로 여느 지역의 그것과는 다르다(다를 수밖에 없다거나 달라야 한다는 등의 가치적 판단은 아님). 4월의 애잔함을 딛고 5월의 시끌벅적함으로 일어서는 안산은 말 그대로 애이불비(哀而不悲)의 봄을 맞는다.

 

안산단원경찰은 10주기라는 상징이 주는 무언의 압박에 힘겨웠다. 그 가운데에서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고 사회의 안녕을 추구하며 지역사회의 가치에 동참하는 데 골몰했다. 중립과 개입 사이에서 분주했고 다만 공적 책무를 다해 좋은 삶, 좋은 사회를 향해 나아가는 데 기여하기를 바랐다.

 

생명안전공원 반대 차량시위로 도심 전역에서 112 신고와 그 횟수만큼 경찰을 출동시킨 단체는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가 본인의 신념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비판을 수긍했고, 10주기 이후 음향 송출을 최소화하는 한편 거리극 축제 기간 모든 도심 시위를 취소해 추모와 축제라는 지역 사회의 요청에 부응했다.

 

자제력이라는 방식으로 사회적 행위에 대한 책임을 공동체에 보여 줬다고 평가할 수 있다. 자제력이 이견을 수용하는 관대함을 수반하는 것이라면 지역사회 또한 상이한 입장에 대해 관용을 보여줄 때라고 생각한다. 장자(莊子)에 공곡공음(空谷跫音)이라는 고사가 있다. ‘텅 빈 골짜기에 뜻하지 않은 발소리니 그 얼마나 반가운가’라는 뜻이다.

 

사람의 소리가, 사람이 이와 같길 바라면서 딛고 일어서는 ‘안산의 봄’이 관대함과 자제력으로 더욱 푸르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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