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대응하는 현대 예술 점검

임채은 백남준아트센터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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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스에서 개인정보 노출, 사생활 침해, 정치권력의 통제 등과 같은 이슈가 끊이지 않는다. 이 뉴스에서 공통적으로 회자되는 단어가 있는데 바로 ‘빅브러더’다. 빅브러더는 조지 오웰이 1948년 집필한 소설 ‘1984’에 등장하는 독재 권력을 상징한다. 오웰은 텔레스크린이라는 기술 장치가 개인의 일상을 감시하는 디스토피아로 미래를 상상했다. 애석하게도 오웰이 상상한 미래로부터 40년이 흐른 2024년 현재, 그의 예측은 크게 빗나가지 않은 듯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술의 통제로부터 잠식되지 않을 새로운 대안은 없는 것일까.

 

백남준은 오웰의 부정적 예견에 대해 1984년 새해 “당신은 절반만 맞았다”고 말하며 실시간으로 대륙을 연결하는 위성방송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전 세계에 선보였다. 인공위성은 냉전체제에서 우주 경쟁에 불을 지핀 기술이었고 TV 방송은 소수의 제한된 권력이 점유했던 매체였다. 그러나 백남준은 이 기술 매체들을 활용해 서로 다른 문화의 만남과 소통을 모색하는 가능성을 굿모닝 미스터 오웰로 열어 놓은 것이다.

 

장서영, ‘터뷸런스’, 2024, 3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2:07.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장서영, ‘터뷸런스’, 2024, 3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2:07.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올해는 이 기념비적인 작품이 제작된 지 40년이 된 해다. 백남준아트센터는 정해진 경로에서 벗어난 상상으로 새로운 기술 미래를 꿈꾼 백남준처럼 블록체인으로 상징되는 다가올 기술 미래를 ‘빅브러더 블록체인’ 전시에서 이야기한다. 블록체인은 정보를 분산 저장해 투명하게 공유하는 기술로 이번 전시에서는 중앙집권적인 정보기술을 상징했던 빅브러더에 대응해 오늘날의 기술 환경을 점검한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아홉 명의 동시대 예술가들은 백남준이 굿모닝 미스터 오웰에서 섭외했던 예술가들의 미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여섯 명의 작가들은 전시 주제에 맞춰 새롭게 작품을 제작해 예술가들이 내다본 기술 미래와 현대예술에 대한 다양한 전망을 살펴볼 수 있다. 한 예로 장서영의 ‘터뷸런스’(2024년)는 우리의 일상이 된 미디어의 개인화와 인공지능(AI) 자동 추천 알고리듬이 야기한 초개인화 시대를 반추하게 한다. 작가는 기술 매체의 발전에 따른 사회적 고립과 공동체 의식의 소멸이 가져올 위태로운 미래를 비행에서의 난기류, 즉 ‘터뷸런스(turbulence)’로 표현했다.

 

백남준은 오웰이 간과했던 나머지 ‘절반’을 증명했다. 기술의 용도를 전환할 수 있다는 희망, 그리고 미디어 기술이 지닌 긍정적인 힘을 보여줌으로써 말이다. 이번 전시가 백남준이 꿈꿨던 이상을 좇아 기술의 새로운 경로를 탐색하고 현재와는 다른 새로운 세상을 상상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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