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형사조정 활성화로 사회 갈등 해소를

김기연 형사조정위원·前 평택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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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조정은 2003년 김천, 구미에 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설립되면서 화해중재분과를 두고 검찰과 협의해 형사조정을 실시한 것이 효시다. 그 후 2006년 대전검찰청, 부천지청, 서울남부지청에서 시범 시행 후 그 성과를 바탕으로 2007년 8월 전국 검찰청에서 전면 시행하게 됐다. 초기에는 대검찰청의 지침에 따라 시행됐으나 이후 ‘범죄피해자보호법’에 따라 근거 법령이 법제화됐다.

 

형사조정 성립률을 보면 2019년 형사조정 의뢰 178만7천734건 중 성립률이 56.7%였고 지난해 6월 기준으로는 59만4천945건 중 63.1%로 매년 향상되고 있어 고무적이다.

 

형사조정은 회복적 사법에 기초하며 기본적으로 피해자가 원하는 피해 회복이 무엇인지, 가해자가 자신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피해자에게는 문제 해결 절차에 안전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고 가해자에게는 자신의 행위로 인해 발생한 피해와 그에 대한 책임을 인정할 기회를 제공하며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책임 있는 태도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다. 이로써 범죄행위란 단순히 법률 위반이 아니라 피해자와 공동체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형사조정에서 중요한 요소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중재가 아닌 조정이라는 점이다. 중재자는 양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고 판정을 내리지만 조정자는 갈등 당사자들이 스스로 해결하는 과정을 용이하게 하고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형사조정은 갈등을 단기적으로 치유할 수는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예수나 붓다만 사는 세상이 아닌 이상 인간의 삶에는 언제나 갈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서에 십계명이 있고 고조선에 팔조법금이 존재했다. 오늘날과 같이 복잡하고 다양한 시대에는 이해관계가 얽혀 갈등이 더욱 심화된다. 이렇다 보니 갈등의 해법은 단순한 1차방정식이 아닌 복잡한 고차방정식과 같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갈등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높다는 점은 매우 심각하다. 국책연구기관인 법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6명은 “법은 힘 있는 사람의 편”이라고 인식하고 있어 법치주의에 대한 불신이 여전히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식에 대한 기압골의 배치도 불리하다. 예컨대 우리나라 자동차보험 피해자 입원율은 60.6%로 일본(6.4%)보다 9.5배 높으며 기초질서 위반 비율은 44배 더 많다. 갈등과 분쟁이 생길 때마다 모든 것을 법의 심판에 맡긴다면 우리는 대화와 이해의 가치를 잃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형사조정은 법의 한계를 넘어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유익한 도구다. 이를 통해 사회적 자본 확충과 법적 분쟁의 비대칭성 완화에 기여할 것이다. 오늘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화해하고 함께 나아가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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