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6월, 호국보훈의 빛을

이명수 동두천문화원향토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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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녹인 산골짝에 꽃이 피누나/철조망은 녹슬고 총칼은 빛나 세월을 한탄하랴 삼팔선의 봄/싸워서 공을 세워 대장도 싫소 이등병 목숨바쳐 고향 찾으리.’(김민식 작사 중에서)

 

1963년 호국보훈의 달이 제정된 이후 현재까지 61년 동안 매년 6월에 범정부 차원의 보훈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쟁의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던 역사학자 에드워드 핼릿 카의 명언은 현실 상황에서 빛을 발하는 듯하다.

 

6·25전쟁 발발 74주년이 다가오는 지금 우리는 6·25전쟁을 기억하기보다는 날이 갈수록 기억에서 잊혀져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봐야 한다. 현충일은 우리나라의 자유를 위해 목숨을 바친 용사들의 충성과 희생을 기리는 날이다.

 

일찍이 철학자 칸트는 그의 저서 연구 평화론에서 ‘오늘의 평화는 내일의 전쟁’이라고 지적했을 정도로 인간은 전쟁이 아닌 때에도 그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과거는 오늘에 비춰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아 마땅하고, 역사 속 오류는 언제라도 바로잡을 수 있는 용기가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아 마땅할 것이다.

 

‘눈 덮인 길 걸어 갈제 행여 그 걸음 아무렇게나 하지 말세라, 그날 남긴 내 발자국이 마침내 뒷사람의 길이 되리니’. 서산대사의 야설이다.

 

고귀한 희생 위에 세워진 나라 대한민국 위상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이름도 몰랐던 동방(東邦)의 아침의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웠던 해외 16개국 참전용사들이 70여년이 지난 지금 노병(老兵)이 돼 다시 찾아왔다. 참혹했던 전쟁에서 세계 대열에 우뚝 선 대한민국을 자랑스러워하며 제2차 세계대전부터 수많은 나라에 참전했지만 70여년 만에 이렇게 발전해 은혜를 갚겠다고 초청해 주는 나라는 대한민국 밖에 없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뉴욕시청 앞에 네이탄 헤일(1755~1776)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그는 예일대를 나와 미국 독립전쟁 때 워싱턴 정보장교로 활약하던 21세의 젊은이였다. 그가 영국군에게 잡혀 온갖 고문을 받으면서도 군사기밀을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기쁜 마음으로 죽음을 택하겠노라며 유명한 한마디 말을 남겼다. 그의 동상에 아래와 같은 문구가 새겨져 있다. ‘나는 내가 내 나라를 위해 버릴 목숨이 오직 하나뿐임을 유감으로 여기노라’. 오래 살기보다는 순간을 살아도 제 모습을 잃지 않는 꽃처럼 사람답게 죽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고귀하고 소중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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